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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동양하루살이의 역설, 깨끗한 한강의 신호

이청원 · 2026.06.04

'팅커벨' 동양하루살이의 역설, 깨끗한 한강의 신호

'하얀 눈이 내리는 줄 알았는데 벌레였다.' 서울 잠실야구장을 덮친 동양하루살이에 관중들의 표현이다. 몸길이 18~22mm의 작은 곤충이 긴 날개로 '팅커벨'이라 불리는데 이 곤충의 대량 출현이 실은 한강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역설적인 증거다.

동양하루살이는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다. 성충이 되면 입이 퇴화해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사람을 물지 않으며 질병을 전파하지 않는다. 유충은 깨끗한 2급수 이상의 물에서만 생존하므로, 수질 지표종으로 인식된다. 한강 주변 도시에서 동양하루살이가 대량으로 나타나는 것은 사실 한강 수질이 개선됐다는 증거인 것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한강의 수질 오염으로 사실상 사라졌던 이 곤충이 현재는 자연스럽게 번식할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그렇다면 왜 곤충은 도시의 '불청객'이 되었을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도시화의 빛'이다. 밤 도시의 강력한 조명에 끌려 동양하루살이는 자연스럽게 한강 상류에서 상업지구로 날아온다. 강가에 높이 솟은 건물과 밝은 간판 조명이 늘어나고, 야간에 야구장이나 카페거리의 조명이 켜지면서 곤충의 생존 공간이 인간의 생활권과 겹치게 된 것이다. 한강에 수변공원이 조성되고 시민의 야간 활동이 증가하면서 동양하루살이 문제가 주목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동양하루살이 대발생이 심화된 또 다른 원인은 기후 변화다. 지난 겨울의 따뜻한 날씨로 유충 월동 생존율이 높아졌고, 4월부터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유충의 성장 속도가 예년보다 빨라졌다. 또한 작년 태풍이 없어 자연적으로 개체 수가 조절되지 않았고, 수온 상승으로 천적인 민물고기나 개구리 개체 수가 감소했다. 결국 인간이 만든 도시 환경과 기후 변화가 결합되면서 동양하루살이가 도시인의 '생활불쾌곤충'으로 전락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곤충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시도다. 서울시는 최근 조례를 통해 동양하루살이를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으로 분류하고 방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살충제 사용이 생태계 교란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목표 곤충뿐 아니라 천적도 함께 죽으면서 제2, 제3의 곤충 대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