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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시간으로 나눈다 - 가정용 시간대별 요금제로 에너지 효율 혁신

이청원 · 2026.07.16

전기요금, 시간으로 나눈다 - 가정용 시간대별 요금제로 에너지 효율 혁신

정부가 산업용 전기에만 적용해온 시간대별 요금제를 가정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가정 부문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바꾸고 전력망 부하를 분산시킴으로써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에너지 효율화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정책 전환이다.

현재 국내 가정용 전기요금은 연중 일정한 고정 요금제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산업용은 수십 년 전부터 시간대별로 요금을 차등 적용해 피크 시간대 전력 사용을 억제하고 있다. 피크 시간(오후 2시~8시)과 오프피크 시간대(밤 10시~아침 8시) 간 요금 차이는 3배 이상에 달한다. 이러한 정책의 성공으로 산업 부문은 연간 전력 수요의 15~20%를 감축했다.

가정용 시간대별 요금제의 도입은 다층적 환경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첫째, 피크 시간대 전력 수요 분산이다. 여름 한낮과 겨울 저녁의 에어컨과 난방 사용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전력 수요 피크를 낮추면 이를 맞추기 위한 화석 연료 발전소의 증설이 불필요해져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신재생에너지 활용도 제고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생산량이 시간과 계절에 따라 불규칙하다. 시간대별 요금제는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시간대에 전기를 사용하도록 유인하므로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진다. 셋째, 가정 에너지 효율의 근본적 개선이다. 요금 차등제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전력 사용 습관을 바꾸게 된다.

예를 들어, 저녁 피크 시간대 고가의 전기료를 피하기 위해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 사용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에어컨 온도를 1도 높이거나 난방을 줄이는 등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도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가정의 전기료 절감,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 전력 수요 감축으로 이어진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가정용 시간대별 요금제가 본격 도입될 경우 연간 전력 수요의 5~8%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규모 발전소 1~2개를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추가 탄소배출 억제뿐만 아니라 환경 파괴적인 대규모 전력 인프라 건설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정책 시행 과정에서 저소득층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 빈곤층의 생활 패턴 특성을 고려한 세분화된 요금 체계와 기본 요금 인하 조치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스마트 계량기 보급 확대와 에너지 절감 기술 지원 등 기반 구축도 선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성공하면 에너지 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개별 가정의 소비 선택이 국가 에너지 정책과 연결되는 '수요 관리형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부의 도전, 시간대별 전기요금제의 성공 여부가 한국의 에너지 미래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