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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크랩 골드러시'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다

이청원 · 2026.07.17

'블루크랩 골드러시'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다

제주 해안이 '파란 괴물'에 점령되고 있다. 필리핀에서 유입된 청색꽃게(블루크랩)를 잡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인해 연안 생태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쫓는 무분별한 채취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제주의 해양 생태계를 빠르게 파괴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색꽃게는 원래 북미 대서양 연안에 서식하는 외래종이다. 어류 양식장의 사료에 섞여 또는 해상 화물을 통해 의도하지 않게 필리핀으로 유입되었고, 2010년대 중반 필리핀에서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확산되었다. 이 게는 번식력이 뛰어나고 먹이 경합 능력이 강해 토착 게류의 천적이 되었다. 암컷 한 마리가 연간 최대 200만 개의 알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번식 속도가 빠르다. 지난 3년간 제주 연안에서 청색꽃게 개체군은 약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제는 이 현상이 촉발한 인간의 탐욕적 반응이다. 청색꽃게는 국내에서는 아직 규제 대상이 아니면서도 필리핀 수출 시 kg당 10만 원대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채취 열풍이 일었다. 제주 해안에는 매일 수백 명의 채취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소라, 성게 등 토착 해산물을 채취하던 어민들까지도 더 큰 수익을 노리고 청색꽃게 채취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무분별한 채취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첫째, 토착 게류 개체군 감소다. 제주의 주요 경제 자원인 꽃게, 박게, 집게 등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청색꽃게는 같은 서식지의 토착 게들을 먹이로 삼기 때문이다. 어업인들의 생계 수단이던 전통 꽃게 어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둘째, 해양 저서 생태계 교란이다. 청색꽃게는 유기물을 집중적으로 섭취하고 해저 퇴적물을 뒤집으면서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한다. 해양 미생물은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기 때문에 이는 전체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연안 자원 고갈이다. 채취자들의 무분별한 채집은 연안 암반 지역의 해조류, 조개류, 성게 등 다른 해양생물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생태계 교란의 사례는 이미 필리핀에서 확인됐다. 필리핀 연안에서 청색꽃게는 토착 게류를 거의 완전히 지배했으며, 어업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생물 다양성도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제 같은 문제가 제주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대응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청색꽃게는 현재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이를 채취하는 것을 명확히 금지하는 법적 규제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일부 지자체가 채취 제한 구역을 설정했지만 실질적인 단속과 처벌 규정이 약해 실효성이 낮다. 채취 인파를 관리할 행정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환경단체는 청색꽃게 채취 금지법 조속 입법, 채취된 개체의 격리 처리 프로토콜 수립, 토착 게류 복원 프로젝트 추진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청색꽃게 개체군 추적 조사를 강화하고 토착 어종 피해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