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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사랑'이 경제를 움직인다

정원연 · 2026.07.17

'손주 사랑'이 경제를 움직인다

"손주 봐주고 있으니 자꾸만 사주게 돼요." 한 70대 할머니의 말이다. 최근 한국 소비 시장에서 주목할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손자손녀를 향한 조부모 세대의 사랑과 관심이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실버 세대가 본인 생활비 절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손주 교육비, 의류, 외식등에 아낌없이 지출하는 '손주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가 형성된 배경에는 여러 사회 경제적 요인이 있다. 첫째, 출산율 저하와 핵가족 문화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맞벌이 가구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양육 공백을 조부모가 채우게 됐다. 손주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진다. 둘째, 조부모 세대의 건강한 경제 상태다. 현재의 60대 이상은 고도성장기를 겪은 세대로 경제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튼튼하다. 대출금도 적고, 부동산 자산도 많아 가처분 소득이 과거 세대보다 높다. 셋째, 조부모의 가치관 변화다. 손주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은 욕구, 손주의 미래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강해졌다. 교육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관념이 확산되면서 손주 교육비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 시장의 변화가 가장 드드라하다. 사교육 기관들이 조부모를 주요 고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학원 상담 시 조부모를 대상으로 맞춤형 설명회를 개최하고, 결제 방식도 조부모의 편의에 맞춘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도 손주와 조부모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의류 및 패션 산업도 변모 중이다. 고급 유아복, 명품 키즈용품, 맞춤 교복 등 프리미엄 키즈 패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조부모들은 손주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욕구가 강해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구매력이 높다. 여가 및 외식 시장도 손주 경제의 수혜자다. 가족 레스토랑, 카페, 테마파크 등에서 조부모-손주 고객층이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특히 주말과 방학 시즌에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방문하는 가족 고객이 크게 증가했다.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들도 이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당근마켓 등에서는 '손주 선물'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조부모를 타겟팅한 맞춤형 광고와 추천 상품을 강화했다. SNS 플랫폼에서도 '손주 용품 추천'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유튜브에서는 '할머니·할아버지를 위한 손주 상품 리뷰' 채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 리서치 회사들도 조부모 세대의 소비 패턴을 세분화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산업계 추정에 따르면 현재 손주 관련 소비 시장 규모는 연 15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자, 장난감, 의류, 교육, 외식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다. 특히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조부모 세대의 경제적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동시에 이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도태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