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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폐기 시대' 종말 선언…EU, 패션 산업의 순환 혁명 시작

유럽연합(EU)이 19일부터 대형 패션업체들의 미판매 의류·신발·액세서리 폐기를 전면 금지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이는 과도한 의류 소비와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에 제동을 거는 역사적인 조치로, 이른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EU의 '지속가능한 제품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따라 이날부터 직원 250명 이상, 연간 순 매출액 5000만 유로 이상의 대형 기업들이 의류 폐기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규정은 2030년부터 중견기업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의류의 80% 이상이 EU 역내가 아닌 외부에서 만들어져 수입되는 상황에서, 이 규제는 글로벌 패션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판매 의류 폐기 현황은 심각하다. 유럽환경청(EEA)의 조사에 따르면 EU에서 매년 의류 제품의 4~9%에 해당하는 26만~59만톤이 사용 전에 폐기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 확대로 인한 반품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온라인에서 주문된 의류의 5개 중 1개가 반품되지만 재판매되지 않고 폐기되고 있다. 이는 엄청난 환경 대가를 초래한다. 매년 수백만 벌의 의류가 소각될 때마다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그 과정에서 소비된 원재료, 물, 에너지, 노동력이 모두 낭비된다.
새로운 규제의 환경친화적 의의는 크다. 미판매 제품의 폐기 대신 할인 판매, 대체 시장 진출, 자선단체 기부, 수리·개선 등의 재사용을 의무화함으로써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강제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제품의 폐기 문제를 넘어 산업 전체의 경영 구조 개선을 유도한다. 기업들은 과잉 생산 관행을 제한하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제품 설계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다만 예외 조항도 마련됐다. 안전하지 않거나 손상된 제품, 위조품, 지적재산권 침해 제품, 자선단체에서 거부한 상품은 폐기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5년간 기록을 보관하고 매년 폐기 현황을 공개 보고해야 한다.
EU의 이 조치는 각 국의 규제 당국이 적극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강제된다. 독일 소매연맹(HDE) 등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높은 물류비와 보관 비용, 낮은 재판매 수요 등을 이유로 실제 이행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할인 판매, 아울렛, 중고 시장 활성화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EU의 의류 폐기 금지는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패션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소비·폐기 중심의 선형 경제에서 순환·재사용 중심의 순환 경제로의 전환이 법으로 명문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규제가 글로벌 표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