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기회
'캥거루족' 미국에 상륙하다...AI 일자리 감소와 주거비 폭등의 연쇄 현상

미국의 '캥거루족' 현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성인의 49%가 부모와 함께 산다고 답했다. 2019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이들 중 약 3분의 1은 25세 이상이다. 한때 독립 실패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부모와의 동거가 이제 미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현명한 경제 선택'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미국 대학 졸업생은 평생을 월급만으로는 집을 못 산다. TCW 자산운용은 "미국 중위 소득 가구가 중위 가격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오랜 전제는 당분간 깨졌다"며 "주택 보유 비용이 가계 소득의 47.7%를 차지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부동산협회(NAR)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첫 주택 구입자의 중간 나이가 역대 최고인 40세를 기록했으며, 5년 전인 33세에서 7년이 늦어졌다. 전체 구매자 중 첫 주택 구입자 비율은 21%로 1981년 통계 시작 이래 최저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AI로 인한 일자리 급감이다. 지난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같은 날 합산 약 2만 명을 해고했다. 2026년 들어 미국 테크 업계에서는 하루 평균 870명이 해고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전체에서 14만 1000명 이상이 해고됐으며 이 중 3만 1000명 이상이 AI 구조조정과 직접 연관된다. 3~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35만~40만 명의 생계가 흔들린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가난한 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높은 중산층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연방준비제도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화이트칼라 직군은 저소득 직군보다 주택 보유 비율이 약 20%포인트 높다. 즉 주택 보유층이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미국 청년들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으면서 SNS에서 '집에 사는 딸(Stay-at-Home Daughters)' 또는 '집에 사는 아들(Stay-at-Home Sons)' 등의 표현으로 자신들의 삶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있다. 부모와의 동거가 '경제적 독립 실패'가 아닌 '현명한 경제 관념'으로 인식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부모의 47%는 성인 자녀를 재정 지원하고 있으며, 월평균 1400달러를 지원하고 있다.한국도 비슷한 위기에 처해 있지만 방식이 다르다. 미국은 해고로 즉각적인 주택시장 충격이 나타나지만, 한국은 신규 채용 자체가 극도로 줄어들어 청년들이 처음부터 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채 취업준비생으로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현실이 한국의 미래라고 경고한다. 미국은 단기적 해고 충격이지만 한국은 구조적 고착이다. 청년 자가보유율 하락, 전월세 전환율 상승, 수도권 외 인구 유출, 출산율 하락이 모두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것이 10~20년에 걸쳐 진행되면 한국 경제는 '느린 붕괴'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캥거루족 현상은 선진국 청년들이 처한 현실의 냉정함을 보여준다. 고등교육을 받고도 독립할 수 없는 청년,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집값은 오르는 모순 속에서 화이트칼라 중산층까지 부모 품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세대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경제 위기의 신호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