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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다 질의 시대" 젊은층, 주류 소비 줄지만 프리미엄에는 지갑 연다

박윤석 VP · 2026.09.17

"양보다 질의 시대" 젊은층, 주류 소비 줄지만 프리미엄에는 지갑 연다

젊은층이 주류 시장의 판을 뒤집고 있다. 전체 소비는 줄지만 맛과 경험, 건강을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에는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이른바 '선택적 소비'가 핵심 트렌드로 부상했다. 이는 단순한 음주 문화의 변화를 넘어 주류 산업의 구조적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통계가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올해 1분기 국내 가구의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3천원으로 지난해 대비 9.0% 감소했다. 이는 201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특히 39세 이하 젊은 가구의 소비가 5.7% 줄었으며 50대에서는 무려 10.2%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주류 총출고량도 298만8천㎘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300만㎘ 아래로 떨어졌다. 2015년 대비 21.5%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감소 속에서도 성장하는 영역이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의 'MZ세대 주류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MZ세대의 월평균 음주 횟수는 6.40회로 줄었지만, 흥미로운 변화가 동시에 일어났다. 무알코올 주류 경험률은 64.2%에서 77.4%로 13.2%포인트 상승했고, 위스키·브랜디 같은 프리미엄 주류와 지역 막걸리, 과일소주 같은 특색 있는 제품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증가했다.

2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하이볼과 과일맥주는 알코올의 거친 맛을 줄이면서도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는 대안으로 작용했다. 건강과 취향, 분위기를 모두 챙기려는 '헬시 플레저' 세대의 특징을 반영한 결과다. 음주를 줄인 이유도 설득력 있다. 건강(28.6%), 경제적 부담(27.9%), 술을 대신할 선택지의 증가(18.8%) 순이었다. 결국 소비량의 감소는 이성적 선택이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하는 지표다.

주류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저도화 제품 개발에서 시작해 프리미엄 체험 마케팅으로까지 전략을 확대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의 도수를 16도에서 15.7도로 낮춤으로써 트렌드 변화에 발빠르게 움직였다. 신세계L&B는 산지와 숙성 방식을 강조한 프리미엄 와인 세트를, 국순당은 1만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 다층화된 선물세트 라인업으로 소비층을 세분화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가치 음주'로 명명한다. 적게 마시되 제대로 즐기려는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이다. 글로벌 프리미엄 주류 시장은 연평균 6.37%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전통 주류의 출고량은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류 산업이 '대량 저가 전략'에서 '소량 고가 전략'으로 근본적인 전환을 맞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현재의 주류 소비 감소는 위기가 아니라 산업의 진화다. 젊은층의 선택 지갑이 기성세대의 무분별한 음주 문화를 거부하고, 대신 자신의 건강과 취향을 소중히 여기는 미래의 소비 방식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