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기회
세계인의 밥상에 오른 김치, 정작 한국인의 식탁에서 사라지다

한류의 성공이 김치를 세계 무대로 끌어올렸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K-팝의 인기에 힘입어 김치는 더 이상 낯선 음식이 아니다. 미국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런던의 미슐랭 별 레스토랑에서도 김치가 메뉴판에 올라 있다. 세계적 음식 평론가들은 김치를 세계 10대 건강 음식 중 하나로 꼽는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정작 한국인의 식탁에서 김치의 존재감은 급속도로 옅어지고 있다. 경제 발전, 식습관 변화, 조리 편의성 추구로 인해 한국인들이 김치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김치는 놀라운 국제화를 이뤘다. 한국 정부의 김치 수출 지원 정책과 한류 콘텐츠의 시너지로 김치는 세계 식품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혔다.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김치 수입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김치를 '건강 음식', '트렌디한 음식'으로 인식하면서 프리미엄 식품으로서의 가치까지 확보했다. 한국식 음식점뿐 아니라 일반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도 김치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김치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수출품이 되었다.
그러나 뒤편의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인의 김치 소비량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과 비교해 현재 국내 1인당 김치 소비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는 김치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편의점 김밥, 분식, 패스트푸드, 배달 음식이 밥상의 중심이 되면서 반찬 문화 자체가 약화되었다. 만드는 번거로움, 시간 부족, 식습관 변화 등으로 가정에서 직접 담그는 김치의 수는 더욱 줄고 있다. 한국 가정의 냉장고에 늘 있던 것이 이제는 '때때로' 있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세대 단절이다. 어머니 세대가 만들던 김치를 자녀 세대가 배우지 않으면서 한국 가정의 김치 만드는 전통이 끊어지고 있다. 한 때 겨울 김장은 한국 가정의 중요한 연례행사였다. 그러나 현재는 구매와 외주 김치로 대체되고 있다. 집에서 담근 김치의 맛, 정성, 문화적 의미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김치의 국내 소비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한류 열풍을 역이용해 '한국식 웰빙 음식'으로서 김치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간편한 형태의 현대식 김치 제품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가정의 김장 문화를 부활시키기 위한 사회적 캠페인도 필요하다. 세계인이 소비하는 김치가 정작 한국인의 밥상에서 사라진다면, 그것은 문화 수출의 성공이 아니라 실패다. 국내 소비 부활 없이 세계화만 추구하는 것은 결국 공허한 승리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