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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프로젝트의 '에너지 딜레마', 탄소중립이 흔들린다

정부의 반도체·AI 메가프로젝트 추진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은 훌륭하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15GW),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6.3GW), AI 데이터센터(18.4GW) 등으로 인한 신규 전력 수요가 총 39.7GW에 달하면서, 2040년 국가 최대전력 수요가 당초 전망 138.2GW에서 26.8GW 증가한 165GW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현재 대비 1.4배 수준의 급격한 증가로, 대형 원자력발전소 28기를 새로 건설해야 하는 규모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수만 개의 서버와 GPU를 24시간 가동하며,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 과정에서도 상당한 전력과 물이 투입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심각한 것은 물 사용량이다. 호주 멜버른의 경우 데이터센터 연간 물 사용량이 200억 리터로, 도시 식수 공급량의 4%에 해당한다. 2040년에는 전 도시 전력 수요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탄소 배출 측면이다.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5~3.7%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전력 공급이 화석연료에 의존할 경우 AI 인프라 확대가 직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규 원전 추가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 심지어 LNG 발전소 증설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기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가스발전을 확대하면 탄소중립 목표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와중에 런던, 멜버른, 피닉스 등 40개 세계 주요 도시는 데이터센터의 환경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글로벌 도시 데이터센터 협약'을 출범하고 청정에너지 사용 확대와 자원 효율성 제고를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은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반시설로 지정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기록이 공개된 데이터센터가 100곳 중 5곳에 불과하고, 환경 관리를 위한 입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공급 대책 없이 전력 수요만 증가시키는 '한쪽 발 정책'은 결국 환경 파괴와 탄소중립 포기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