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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기에 타오르는 전력난, SMR이 구원투수될까

이청원 · 2026.08.26

AI 열기에 타오르는 전력난, SMR이 구원투수될까

생성형 AI 열풍이 전 지구적 에너지 위기를 몰고 왔다. 챗GPT 같은 대형 언어모델을 학습·운영하는 데이터센터들이 엄청난 전력을 빨아들이면서, 각국의 발전소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2030년까지 연간 160~240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현재 한국 전체 전력 수요의 4배를 넘는 규모다.

이 위기 속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근처에 소규모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소형이면서도 효율적이고, 24시간 연중무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기 때문이다. SMR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재래식 대형 원전의 절반 규모이면서도 같은 수준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건설 기간도 짧다. 방사능 누출 위험도 기존 원전보다 낮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보면 이 그림은 훨씬 복잡하다. 첫째, SMR도 결국 핵폐기물을 배출한다. 소형이라고 해서 폐기물도 비례적으로 적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같은 에너지량당 핵폐기물의 상대적 비중이 더 클 수 있다. 과연 우리가 핵폐기물 문제를 풀었는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직 장기적이고 안전한 처리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SMR 건설이 늘어날수록 이 미해결의 문제만 더 커진다.

둘째, 수자원 고갈이다. 원자력발전은 냉각을 위해 막대한 수량의 물을 필요로 한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심화되는 지금, 데이터센터와 SMR이 동시에 수자원을 두고 경쟁할 수 있다. 올여름 유럽 원전의 냉각수 부족 사태는 이미 현실이 됐다.

셋째, 환경정의 문제다. SMR 건설 후보지는 대부분 지역 주민들의 동의가 쉬운 저소득 지역이다. 선진국의 데이터센터를 위해 개발도상국이 핵폐기물과 환경 리스크를 떠안는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AI 데이터센터의 무한 확장을 전제로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가? SMR은 기후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라 해석변경에 불과할 수 있다. 이전에 '화석연료'로 낙인찍히던 선택지를 '친환경 원자력'으로 재명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자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 정말 필요한 AI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술이 요구하는 에너지가 정당한지를 묻는 일. SMR이 기후위기의 해결책이 되려면 에너지 소비 증가의 속도를 제어하는 기술, 즉 효율성 개선과 소비 억제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SMR도 결국 기후위기를 '다른 이름'으로 옮겨 심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