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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대 최대 규모 800조원 예산안 편성

정원연 · 2026.08.27

정부 역대 최대 규모 800조원 예산안 편성

정부가 역사상 처음 800조원을 넘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공식화했다. 올해 본예산(727조9000억원)보다 10% 이상 확대하는 역대급 확장재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두 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증가한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 투자에 올인하는 '공격적 재정전략'의 시작이다.

정부가 대담한 예산 결정을 내린 배경은 기대 이상의 세수 증가다. 내년 국세수입이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올해 추경 편성 당시 예상(415조4000억원)보다 무려 85조원 많은 규모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증가, 기업 실적 개선이 주요 요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초과 세수'를 미래 먹거리 확보의 기회로 본 것이다.

예산 구조의 특징은 공격성이다. 정부는 총 50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재량지출은 15%, 의무지출은 10% 감축하고 사업 폐지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존 관성적 지출을 과감히 정리해 성장산업 투자 여력을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결국 증가한 세수와 구조조정을 통한 절감액이 모두 미래 투자로 재배분되는 셈이다.

투자 방향도 선택과 집중이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우선순위다. 이와 함께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에는 청년, 성장동력, 지방, 인재 등 4대 분야에 대한 중장기 투자를 담는다. 단년도 예산 체계로는 한계가 있는 장기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혁신이다.

정부는 향후 5년 중기 재정운용 방향도 제시했다. 내년과 2027년 총지출 증가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하되, 2028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증가 폭을 낮춰 재정 규율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당초 목표(2029년 58%)보다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기 확장 국면에서 재정을 10% 이상 추가로 풀면 인플레이션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 상황'에서 추가 재정 확대는 물가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 증대도 우려된다.

정부는 이 같은 리스크를 인정하면서도 선제적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글로벌 AI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과감한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향후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한 만큼, 증가한 세수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역대급 예산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어떻게 변형될지, 그리고 실제 집행 과정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될지가 관건이다. 성장의 기회를 살릴지, 아니면 구조적 적자를 초래할지는 정부의 재정운용 역량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