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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심리 변화가 식품산업 재편하다

정원연 · 2026.09.04

소비 심리 변화가 식품산업 재편하다

국내 식품업계가 기존 제품보다 양을 줄인 소용량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물가라는 경제 환경 변화가 소비자 선택 기준을 바꾸면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전체 식품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국내 1인 가구 비율이 2019년 30.2%에서 2024년 36.1%로 확대되는 가운데, 고물가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싱글서브(단일 섭취) 포장 시장은 2024년 약 104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6.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반 가공식품 시장 성장률(2~3%)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소용량 제품이 성장성 높은 신규 카테고리임을 의미한다.

소용량 제품 확산의 배경에는 단순한 가격 절감 심리를 넘어 더 복합적인 소비 가치관이 작동하고 있다. 첫째,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는 '스마트 소비' 심리다. 고물가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작은 사이즈를 선택한다. 둘째, 건강 관리 추세다. 오뚜기의 '가뿐한끼 곤약밥'은 칼로리 감소를, '식이섬유 플러스'는 영양 강화를 내세우며, 적은 양으로도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했다.

국제적으로도 코카콜라가 미국 편의점에 7.5온스(약 222㎖) 미니캔을 새로 도입하고, 과자 업계에서는 과자 1~2개 단위 구성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개별 소비 문화 확산이 글로벌 트렌드임을 보여준다.

기업 입장에서 소용량 제품은 경제적으로도 매력적이다. 고착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직접적인 가격 인상은 소비자 반발을 초래하지만, 용량 축소는 가격 유지 또는 작은 폭의 가격 인상으로 실질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이를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 부르며, 전 세계 식품업계의 일반적 관행이다. 단,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2024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등 4개 법령 개정안을 추진해 용량 변경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기업이 용량을 줄일 때는 변경 전후 내용량을 표시해야 하며, 위반 시 500만 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에 많은 양보다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는 새로운 기준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소비자 행동 양식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1인 가구의 지속적 증가, 환경·건강 의식의 고조, 경제적 합리성 추구라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