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기회
금값 26% 폭락의 역설…"안전자산의 지위 흔들렸다"
올해 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국제 금값이 석달만에 26% 폭락했다. 온스당 5,600달러까지 치솟았던 금값은 현재 4,00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앉은 상태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심각하다. 국내 금값도 그램당 25만3,000원에서 18만2,940원으로 27.7% 하락했으며, 골드뱅킹 잔액은 1조4,000억 원대까지 감소했다.
전통적으로 지정학적 위기시에는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으로 자금이 몰려야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3가지 핵심 원인을 지적한다.
첫째,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조시켰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과거와 달리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는 글로벌 원유 공급망을 타격해 인플레이션 공포를 확대했고, 시장은 안전성보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둘째, 고금리가 금의 기회비용을 급상승시켰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2%를 넘으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무이자 자산인 금의 매력이 급감했다. 5% 이상의 확정 수익을 주는 국채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면서 금 투자 수요가 블랙홀처럼 흡수되었다.
셋째, 강달러 현상이 글로벌 수요를 억제했다. 미국의 고금리는 자연스럽게 달러화 강세를 유발했고, 달러 가치 상승은 타국 투자자들의 금 구매력을 약화시켰다. 이는 글로벌 실물 수요와 투기 매수세를 동시에 위축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중앙은행도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3년 만에 금 현물 매입을 공식화했고,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도 월평균 91톤에 달해 2022년 이전 평균의 5배를 웃돈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제시한다. 유가 하향 안정화와 연말 금리 동결 전망이 맞을 경우 금값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지표가 명확히 꺾이거나 기준금리 인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