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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들기도 전에 잎이 우수수…기후위기에 흔들리는 가을 숲

이청원 · 2026.10.30

단풍 들기도 전에 잎이 우수수…기후위기에 흔들리는 가을 숲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으로 가을 정취가 깊어져야 할 시기, 도심 공원과 거리에서는 벌써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들이 눈에 띈다. 정상적인 계절 변화에 따라 단풍이 든 뒤 낙엽이 지는 것과 달리, 잎이 충분히 물들기도 전에 떨어지는 ‘조기 낙엽’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후위기가 숲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조기 낙엽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올해 늦여름부터 콩배나무와 마가목, 왕벚나무, 비술나무 등 일부 수종에서 잎이 일찍 떨어지는 모습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가뭄, 병해충 등 복합적인 환경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나무는 기온이 높고 토양 수분이 부족해지면 수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잎의 기공을 닫는다. 이 과정에서 광합성 활동이 감소하고 잎의 노화가 빨라져 정상적인 단풍 시기보다 일찍 잎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폭염과 가뭄이 반복되면 나무의 수분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약해진 나무는 병해충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

문제는 조기 낙엽이 단순히 가을 풍경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잎이 일찍 떨어지면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고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간이 줄어든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나무의 생장과 다음 해 생육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숲의 탄소흡수 기능과 생태계 건강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후변화는 식물의 계절 시계 자체도 바꾸고 있다. 국내 장기 관측 연구에서는 봄철 식물의 생장 시기가 앞당겨지는 반면, 가을 단풍 시기는 늦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러한 평균적인 변화와 별개로 극심한 고온과 수분 부족에 따른 조기 낙엽이 발생할 수 있어, 기후변화가 숲에 미치는 영향을 하나의 패턴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환경친화적인 도시와 건강한 숲을 유지하려면 나무를 심는 것만큼이나 기존 수목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도시의 토양이 포장재로 덮여 빗물이 스며들기 어려운 곳은 개선하고, 가뭄에 취약한 수목에는 적절한 수분 관리와 토양 환경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수종별 기후 적응성을 고려한 식재와 장기적인 생육 관측도 필요하다.

단풍이 들기 전에 잎을 떨구는 나무는 기후위기의 영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 다만 모든 조기 낙엽을 기후변화 탓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수종과 토양, 병해충 등 원인을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가을 숲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과학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도시 생태계와 탄소흡수원을 지키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