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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줄었는데 탄소 감축은 부풀려졌다… 해외 쿡스토브 보급사업의 두 얼굴

이청원 · 2026.11.02

연기는 줄었는데 탄소 감축은 부풀려졌다… 해외 쿡스토브 보급사업의 두 얼굴

개발도상국에서 장작이나 숯을 때는 재래식 화덕을 고효율 조리기구로 바꿔 주는 '쿡스토브' 보급사업을 두고 환경 효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주민 건강과 산림 보호에는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이 사업으로 발행된 탄소배출권이 실제 감축량보다 크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업의 출발점은 심각한 실내 대기오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약 21억 명이 여전히 장작, 숯, 분뇨 같은 고체연료나 등유로 음식을 만든다. 이렇게 생기는 가정 내 대기오염으로 해마다 약 290만 명이 일찍 숨지고, 이 가운데 5세 미만 아동이 30만 명이 넘는다. 비효율적인 화덕에서 나오는 블랙카본(그을음)과 메탄은 대표적인 '단기 기후오염물질'이기도 하다. 고효율 쿡스토브는 연료 사용을 줄여 매연을 줄이고, 땔감을 얻으려는 벌목도 줄인다. 땔감을 모으고 요리하는 데 드는 여성과 아동의 노동 시간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 사업을 해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환경부 상쇄등록부에 따르면 해외 감축사업 가운데 95%(516건)가 쿡스토브 사업이고, 등록된 감축량의 80%를 차지한다. 그런데 기후단체 플랜1.5가 미국 UC버클리 연구팀, 유럽 싱크탱크 카본마켓워치와 함께 한국 기업이 투자한 21개 사업(310개 프로젝트)을 전수 조사한 결과, 감축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풀려지는 이유로는 몇 가지가 꼽힌다. 산림이 재생되지 않을 만큼 땔감을 베어 쓴다는 '비재생 바이오매스' 비율을 높게 잡거나, 새 쿡스토브를 받고도 옛 화덕을 함께 쓰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 기기 사용률과 1인당 음식 조리량을 과다하게 추정하는 점도 지적된다. 보다 엄격한 새 국제 탄소시장 제도인 '파리협정 배출권 메커니즘(PACM)'에서 처음 승인된 미얀마 쿡스토브 사업마저 감축량이 7.2배 과다 산정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업 주체인 기후변화센터는 반박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승인한 방법론에 따라 사업국 공식 통계와 WHO·FAO 등 국제기구 자료를 바탕으로 산정했다는 것이다. 센터는 산림 훼손 방지, 연료비 절감, 여성·아동 건강 개선 같은 사회·환경적 편익도 강조했다.

문제는 부풀려진 배출권이 국내 기업의 감축 실적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그대로 쓰인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줄지 않은 온실가스가 장부상으로만 사라지면, 국내 배출 감축을 늦추는 '면죄부'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쿡스토브 사업의 건강·산림 편익은 살리되, 실제 사용 실태를 반영한 엄격한 검증으로 감축량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