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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왕’을 이기는 ‘한 왕’, 그 ‘한 왕’을 키워 낸 중국과학원

홍성범 · 2026.01.19

‘주 왕’을 이기는 ‘한 왕’, 그 ‘한 왕’을 키워 낸 중국과학원

<한우지 주가추이>

‘주 왕’과 ‘한 왕’, 초한전 내용이나 삼국지 스토리가 아니다. 중국 주식시장 이야기다. 중국 주식시장에는 3대 왕이 존재한다. 오랫동안 확고하게 왕의 자리를 지켜온 주(酒)왕 <귀주마오타이>(贵州茅台),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호령하는 닝(宁)왕 <닝더스다이>(宁德时代/CATL), 그리고 올해 새롭게 등극한 한(寒)왕 <한우지(寒武纪)가 그 주인공이다. 주식가격으로 보면 그동안 유일하게 천 위안대를 유지하고 있는 <귀주마오타이>의 일 극 체제였다. 그런데 ‘25년 8월 중국 주식시장에서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8월 20일 1천위안을 돌파한 <한우지>는 8월 28일 1595.88위안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귀주마오타이>를 2위로 밀어낸 것이다. ‘한 왕’이 ‘주 왕’을 이긴 것이다. 2026년 1월 현재도 한우지는 중국증시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 등 여러 전문기관들은 한우지의 잠재력을 더 높이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우지>의 영문명칭은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로 5억 4200만 년 전 지구에서 다양한 동물이 갑자기 급증했던 ‘캄브리아기 대폭발’에서 유래한다. 주요 사업 분야는 다양한 클라우드 서버, 에지 컴퓨팅 장치 및 단말 장치에 사용되는 AI코어 칩의 연구개발, 설계 및 판매이다. 중국의 ‘엔디비아’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엔디비아가 본격적으로 AI전용 GPU를 출시하기 전인 2017년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AI 칩 ‘캠브리콘-1A’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이후 AI 관련 국내외 여러 상을 수상하면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예를 들면 "2020 후룬 중국 칩 설계 10대 민영기업", EETimes의 "2020 글로벌 100대 주목할 반도체 기업(EETimes Silieon 100)"에 등재되었고 2021년 7월, 스위엔(思元)290 지능형 칩 및 가속카드와 쉔스(玄思)1000 지능형 가속기는 세계 AI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SAIL Star"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막강한 기술력과 정부지원으로 상장된 <한우지>, 그러나 연구개발기업이 갖는 구조적 문제인 적자문제와 2022년 말 미국의 상무부의 ‘거래제한기업 명단(Entity List)’에 들어가면서 상장 당일 250위안까지 올랐던 주가가 54위안까지 급락하고 대량해고, 개발프로젝트 중단 등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위기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지원으로 극복하게 된다. 2023년 9월 엔비디아 A100, H100 같은 첨단 AI칩의 중국 수출을 완전히 막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발표되자 <한우지>의 스위엔(思元)시리즈는 엔디비아의 대체품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역설적으로 ‘중국산 대체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가 되었다. 그 결과 2025년 상반기 매출 성장률은 4348%, 순이익은 2000억원 흑자로 바뀌었다. ‘한 왕’ 등극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쓰여 졌다.

<스위엔370계열-MLU370-S4S8지능가속카드>

파워 풀 인큐베이터, 중국과학원

중국과학원은 중국 전역에 115개 연구기관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최고, 최대의 정부연구기관이다, 2개 대학(중국과학기술대학, 중국과학원대학)도 운영한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쏟아진다. 따라서 연구성과 실용화 및 기술사업화는 지상과제이다. 2002년 4월 중국과학원은 중국과학원홀딩스(中国科学院控股有限公司)를 설립한다. 이를 통해 직간접 투자기업 11개, 각 연구기관 사업단위가 투자한 42개 기업을 창출한다. 이 중 22개 기업은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2001년 16세의 천티엔스(陈天石)는 영재들만 들어가는 중국과학기술대학 소년반 수학 및 수학응용학과에 입학한다. 2010년 공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중국과학원 계산기술연구소에 입소하는데 6년만인 2016년 3월에 형인 천윈지(陈云霁)와 <한우지>를 공동 설립하게 된다. 형 역시 영재로 중국과학기술대학 소년반 출신이고 현재 계산기술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다. 프로세서 칩과 머신 러닝의 학제 간 연구 전문가로 세계 최초의 딥 러닝 프로세서 칩 Cambricon 1 개발 팀장이었다.

<천티엔스 형제>

<한우지>초기 설립은 계산기기술연구소의 지주회사 북경중과산원자산관리(北京中科算源资产管理有限公司)의 지원으로 추진되었다(현재 지분 15.7%로 2대 주주임). 중국과학원이 키워낸 ‘한 왕’ <한우지>, 중국과학원은 제2, 제3의 ‘한 왕’을 준비 중에 있다. 중국 리소그래피 분야의 하이광신시, 수퍼컴의 중커슈광, 음성AI의 세계 1위 커다쉰페이, CPO의 선두주자 스쟈디엔즈, 양자과학 궈둔디엔즈 등이다.

<한우지> 등장, 신의 한수는 ‘커촹반’주식시장

<한우지>는 2020년7월 중국주식시장에 상장되었다. 상장된 곳은 ‘중국판 나스닥’인 상하이거래소의 커촹반(科創板/스타 마켓)이다. 커촹반의 영문명은 The Science and Technology Innovation Board : STAR MARKET. 주식시장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전략에 필요한 핵심기술 보유의 과학기술혁신 기업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장비, 신소재, 신에너지, 바이오 의약, 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과 전략적 신흥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현재 590개 기업이 상장되어 있다. 가장 의미 있는 조건은 기존 주식 시장과 달리, 연속 흑자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성장성과 기술력이 있으면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한 규정이었다. 2024년까지 적자에 허덕이었던 <한우지>를 ‘한 왕’으로 만든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주식시장을 통한 유망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 또한 정부의 몫이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특히 이 사례는 한국의 기술특례상장제도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다. 한국의 기술특례상장은 매출이나 이익 요건 대신 기술성 평가를 통해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여전히 단기 실적과 주가 안정성에 대한 압력이 과도하게 작용한다. 상장 이후 곧바로 실적 가시성을 요구받는 구조는 연구개발 중심의 AI·반도체·딥테크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상장 자체가 기술 성장의 촉매가 아니라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의 커촹반은 기술특례상장을 보다 과감하게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핵심은 적자 허용 기간과 실패 가능성에 대한 제도적 관용이다. 기술의 성숙과 시장 형성에 장기간이 필요한 산업 특성을 감안해, 일정 기간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기술 경쟁력과 국가 전략적 가치가 인정되면 자본시장을 통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투자자 보호보다 산업 육성을 우선한다기보다, 고위험·고수익 기술 산업에 맞는 시장 메커니즘을 분리해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의 기술특례상장제도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동안은 실적 중심 평가를 완화하고 연구개발 지속성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둘째, 기술성 평가가 형식적 절차에 머무르지 않도록 평가 기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상장 이후에도 정책금융과 연계된 후속 자금 지원 체계를 구축해, 시장 변동성에 따른 연구개발 중단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한우지 사례는 기술특례상장이 단순한 상장 통로가 아니라, 기술 기업의 성장 궤적 전체를 설계하는 정책 도구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한국이 글로벌 AI 및 첨단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특례상장을 단기 자본 회수 수단이 아닌, 전략 기술 육성 인프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투자자, 기업, 국가 경쟁력 간의 균형을 다시 설정하는 문제이며, 앞으로의 기술금융 정책에서 핵심적인 논의 대상이 될 것이다.

홍성범 shaige@naver.com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박사(과학기술정책전공)를 취득했고 상하이푸단대 객좌교수, 상해델비즈컨설팅 대표로 상하이에서 체류 중이다.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북경), 한·상해글로벌혁신협력센터장(상해), STEPI명예연구위원, 혁신클러스터학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정책조정전문위원을 역임하였다. 중국의 혁신역량과 기술경쟁력에 대해 35년째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