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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655만 유튜버 ‘서울 고시원 체험’ 확산…‘관광 콘텐츠’가 드러낸 주거 빈곤의 민낯

박윤석 · 2026.02.10

미 655만 유튜버 ‘서울 고시원 체험’ 확산…‘관광 콘텐츠’가 드러낸 주거 빈곤의 민낯

서울의 고시원 생활을 다룬 미국 유명 유튜버의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체험’으로 소비되던 주거 문제가 다시 공론장으로 떠올랐다. 구독자 655만 명을 보유한 여행 유튜버 드루 빈스키(Drew Binsky)는 2월 1일 유튜브에 ‘한국에서 가장 작은 아파트 내부(Inside the Smallest Apartment in Korea)’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고, 2월 9일 기준 조회수 190만 회를 넘어섰다.

영상에서 빈스키는 서울 곳곳의 고시원을 방문해 거주자들을 만나 방 크기, 공용시설, 생활 여건을 보여준다. 그는 일부 공간에 대해 “숨이 막힌다”, “감옥 같다”는 취지의 반응을 내놓으며 해외 시청자들의 충격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언론도 ‘옷장 같은 방’, ‘창문 없는 공간’ 등 상징적 장면을 중심으로 이 영상을 재조명하며 화제성을 키웠다.

다만 이번 영상이 던진 질문은 ‘좁아서 놀랍다’는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고시원은 애초 시험 준비생을 위한 임시 거처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보증금 부담을 피하려는 청년·비정규 노동자·단기 체류자 등으로 수요가 넓어지며 사실상 ‘대체 주거’로 기능해 왔다. 실제로 빈스키 영상에서도 고시원이 저렴한 월세, 보증금 부담 완화, 즉시 입주 가능성 같은 이유로 선택된다는 맥락이 함께 제시된다.

문제는 이런 확산이 ‘이색 K-주거’로 소비될수록 구조적 원인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주거 사다리의 하단에 고시원이 고착되는 현실은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니라, 임대 시장의 높은 진입비용과 공공·민간의 공급 구조가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제성 콘텐츠가 한국 사회의 취약한 주거 안전망을 비추는 거울이 됐다면, 다음 단계는 정책과 제도의 보완이다.

대안은 명확하다. 첫째, 최저주거기준을 실효성 있게 적용해 ‘창문·환기·면적’ 같은 기본 요건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기준 미달 시설을 시장에 방치하지 않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고시원 밀집 지역의 화재·대피 안전 점검을 상시화하고, 업주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 않도록 시설 개선 비용을 지원하되 지원 조건을 ‘안전 기준 충족’과 연동해야 한다. 셋째, 청년·저소득층이 고시원 말고 선택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와 도심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고, 보증금 대출·임대료 지원을 촘촘히 설계해 주거 이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해외 유튜버의 한 편의 영상이 한국의 고시원을 세계에 알렸지만, 더 중요한 것은 ‘놀라움’ 이후의 대응이다. 주거를 콘텐츠로 소비하는 속도만큼, 최소한의 인간다운 거주 조건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도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