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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술자리 지고 찻잔 든 MZ…회식 대신 ‘티 모임’ 번진다

박윤석 · 2026.02.19

말 많던 술자리 지고 찻잔 든 MZ…회식 대신 ‘티 모임’ 번진다

말 많던 술자리가 줄고, 술잔 대신 찻잔을 든 MZ세대의 모임이 빠르게 늘고 있다. 회식과 번개가 ‘한 잔 더’로 이어지던 관성이 약해지면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소규모 ‘티 모임’이 새로운 사교 방식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음주를 전제로 하지 않아도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카페와 티룸, 티 클래스가 모임의 거점으로 떠올랐다.

티 모임은 형식이 단순하다. 티룸을 예약하거나 조용한 카페에 모여 계절 차를 고르고, 향과 맛을 비교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취기’가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던 술자리와 달리, 적당한 긴장감과 집중이 유지된다. “다음날 일정이 무너지지 않는다” “대화가 또렷이 남는다”는 반응이 많다. 모임의 목적도 다양해졌다. 친목, 독서, 취미 공유, 네트워킹이 차를 매개로 결합하며 ‘차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건강과 비용, 안전에 대한 감각이 겹쳐 있다. 과음 후유증을 피하려는 ‘로우 알코올’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음주를 생활의 기본값으로 두지 않는 세대가 늘었다. 술자리가 장시간 이어지며 생기는 시간·지출 부담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SNS 문화도 한몫했다. 칵테일보다 티웨어, 디저트와 함께 놓인 찻잔 사진이 ‘기록하기 좋은 일상’으로 소비되면서 티 모임이 빠르게 확산하는 양상이다.

상권도 반응한다. 티룸은 조용한 좌석과 예약제, 티 코스 구성으로 ‘모임 친화’ 공간을 강조하고, 카페는 디카페인과 허브티, 프리미엄 티백 라인을 강화한다. 티 클래스는 입문자용 체험부터 산지·품종·우려내기까지 세분화된 프로그램으로 확장한다. 무알코올·저당 트렌드에 맞춰 디저트 구성도 가벼워지는 흐름이 나타난다. 브랜드들은 ‘숙취 없는 다음날’ ‘저자극 루틴’ 같은 메시지로 음주 대체재 시장을 키우려 한다.

기업 문화도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 음주 중심 회식은 줄고, 점심 티타임이나 카페 미팅으로 포맷을 바꾸는 사례가 늘었다. 강권과 과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만큼, ‘참석 강제’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모임’을 설계하는 조직이 직원 만족도를 높인다는 인식도 확산한다. 동호회 역시 맥주 번개 대신 티룸 정기 모임, 산책 뒤 티타임 같은 형태로 이동하는 추세다.

다만 ‘티 모임’이 술자리의 완전한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술자리가 제공하던 강한 결속과 빠른 친밀감, 비공식적 소통 기능을 차가 모두 대신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대화 중심, 건강 지향, 소규모 선호라는 흐름이 맞물리며 사교 문화의 축이 이동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술잔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조용한 공간, 뜨거운 찻잔, 그리고 더 선명해진 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