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기회
'부어라 마셔라' 시대는 지나고, 술잔을 내려놓다

"술은 더 이상 기본값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술문화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건강과 자기관리를 우선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버 큐리어스(소비에트 거절하는 시도)'가 확산하면서, 과거 '부어라 마셔라'의 음주 문화는 급속도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국가통계포털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가구의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 이는 통계 재집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주류 소비는 10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특수마저 옅어지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모든 세대가 술 소비를 줄였는데, 50대에서 가장 큰 폭의 감소(-10.2%)를 보였다.
지난 10년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80만8000킬로리터(2014년)에서 315만1000킬로리터(2025년)로 17.3% 급감했다. 술을 파는 업소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간이주점과 호프주점은 2만8178곳으로 1년 전보다 2998곳이 사라졌다. 9.6% 감소한 수치로, 실질적으로 술집 3000곳이 폐점한 것이다.
주류 소비 감소의 핵심 주체는 2030세대다. NH농협은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주점 소비 금액은 전년 대비 20.9% 급감했고, 30대도 15.5% 감소했다. 다점포 및 프랜차이즈 자영업자 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명이 주류 매출 감소를 보고했으며, 3명은 30% 이상 감소했다고 답했다.
변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회식 문화의 붕괴다. 코로나19 이후 강압적 음주 문화가 사라졌고, 직장 내에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둘째, 건강과 자기관리를 최우선하는 웰니스 문화 확산이다. 오운완(운동하고 완성된 하루), 저속노화 등 건강 트렌드 속에서 음주는 컨디션을 해치는 요소로 인식된다. 셋째, 저출생의 여파다. 신생아 수 감소로 새로운 주류 소비층이 매년 10만 명 이상 줄어들었고, 대학 신입생 시절 술을 처음 접하는 문화마저 끊겼다.
이 여파는 주류 제조 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4분기 주류 사업 매출은 1773억원으로 7.8% 감소했고, 영업손실 2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통상 송년회 시즌인 4분기 적자는 이례적이다. 하이트진로도 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9%, 17.3% 감소했다. 소주는 4.3%, 맥주는 31.1%, 스피릿은 32.7% 급감했다. 업계는 생존을 위한 혁신에 나섰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과거 25도 이상에서 현재 15~16도로 낮춰졌다. 롯데칠성은 '처음처럼'을 16도로,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를 16도로 조정했다.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 제품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논알코올 맥주와 저도주는 기존 제품의 20% 이상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의 캔 하이볼 등 RTD(즉석음용) 제품은 41억원에서 49억원으로 20% 증가했다. 기업들은 해외 진출과 사업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주류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반사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논알코올 전문 바 '마심'과 '아티스트보틀클럽'처럼 술 없는 공간이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사례도 흥미롭다. 뉴욕의 '헤카테', 오스틴의 '산스 바'는 논알코올 칵테일을 잔당 15~20달러에 판매하며 높은 수익성을 확보했다. 글로벌 무알코올·저알코올 시장은 2024년 기준 130억달러(약 17조5000억원) 규모로 확장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주(밥과 함께 가볍게 즐기는 술)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점심 회식에서 가볍게 술을 곁들이고 저녁 일찍 퇴근하는 추세가 새로운 수익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주 문화의 축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건강을 중시하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적 기조 속에서 '부어라 마셔라'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