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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연결하는기술] SF 장면은 왜 실현되는가 - 욕구를 넘어, 누군가의 비전으로

임윤철 발행인 · 2026.07.09

[미래와연결하는기술] SF 장면은 왜 실현되는가 - 욕구를 넘어, 누군가의 비전으로

욕구는 ‘왜 원하는가’를 설명한다

우리는 1,600여 개의 미래 장면을 매슬로의 욕구 5단계에 대입해 보았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낮은 욕구부터 실현된다’는 사다리는 성립하지 않았다. 다만 소속과 연결의 욕구, 곧 통신과 미디어만 유독 절반을 넘게 실현됐다. 이유는 욕구가 높거나 낮아서가 아니라, 그 욕구를 떠받치는 반도체와 통신 기술이 지수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헤르츠버그의 위생요인(안전·기본)은 조금씩 메워졌고, 동기요인(성취·자아실현)은 ‘돌파 아니면 백지’로 갈렸다. 요컨대 욕구는 ‘왜 원하는가’라는 수요를 설명할 뿐, 실현 여부까지 결정하지는 못했다.

실현은 ‘수요 × 공급 × 촉매’의 곱이다

실현을 진짜로 가른 것은 공급 쪽이었다. 정보(비트)를 다루는 기술은 반도체의 궤도에 올라타 빠르게 실현됐지만, 물질과 에너지(아톰)를 다루는 기술은 새로운 소재와 원천 난제 앞에서 더디게 나아갔다. 통신은 60%가 실현된 반면, 소재와 원자력은 10% 안팎에 그쳤다. 여기에 유형(서비스>제품>소재), 발표 후 흘러간 시간, 자본과 규제라는 촉매가 더해진다. 결국 실현이란 ‘강한 수요 × 다룰 수 있는 공급 × 이를 밀어 줄 촉매’의 곱이었다.

그래서 미래는 ‘누군가의 비전’을 기다린다

그런데 이 곱셈에는 빈칸이 있다. 수요는 뜨거운데 공급이 아직 오지 않은 자리, 곧 미실현 프런티어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위대한 기업가들의 비전은 하나같이 이 빈칸에 몰려 있다. 일론 머스크의 ‘다행성 종족’은 미실현의 우주를, 뉴럴링크는 63%가 백지인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핵융합 스타트업들은 별의 불을 겨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미 이뤄진 장면이 아니라, 소설이 남긴 ‘가장 어려운 미실현 장면’을 골라 병목을 뚫으려 한다는 데 있다.

남은 병목이 곧 다음 비전의 목록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욕구가 미래를 끌어당기고, 공급 기술이 그 속도를 정하며, 마지막 한 걸음은 그 빈칸을 기꺼이 감당하는 기업가의 비전이 채운다. 그러니 미래 사업의 지도를 그리려면, 소설 속에서 ‘아직 이뤄지지 않은 장면’과 그 뒤에 숨은 병목기술부터 찾아야 한다. 우리가 정리하는 ‘남은 병목’의 목록이, 다음 시대의 기업가들이 고를 비전의 후보이기 때문이다.

※ 근거: 고전 SF 1,612장면 실측 - 실현 23%·부분실현 42%·미실현 35% (기능 등가 기준). 매슬로·헤르츠버그·기업가 비전 도메인별 실현율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