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마켓기술을 고객가치로 만드는 미디어

비즈니스 기회

저신용·비우량 대출자 화물차주가 멈춰 선다

박윤석 VP · 2026.08.03

저신용·비우량 대출자 화물차주가 멈춰 선다

"종일 몰아도 빚에 허덕인다." 이 말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금융 업계에서 화물차주들을 지칭하는 '달리는 서브프라임'이라는 표현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저신용·비우량 대출자를 뜻하는 이 용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빌려온 것이다. 당시 금융위기의 신호였던 주택 대출자의 위험이 이제 한국 경제의 기간산업인 화물 운송을 흔들고 있다.

상황은 심각하다. 상위 5개 캐피털사의 상용차 할부금융 연체율은 2022년 0.28%에서 2024년 0.45%, 지난해 0.54%, 올해 0.72%로 매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단 4년 만에 2.6배 증가한 수치다. 더 우려되는 것은 부실채권 지표다. 3개월 이상 연체로 회수가 어려워진 대출의 비중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말 0.37%에서 올해 0.73%로 배로 늘었다. 연체율과 부실채권이 나란히 상승한다는 것은 새로운 부실이 계속 쌓이는 속도가 기존 부실을 처리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의미다.

신규 대출은 얼어붙었다. 상용차 할부금융 신규 취급액은 2023년 정점인 1조2210억 원에서 2024년 1조410억 원, 지난해 1조690억 원으로 축소되더니 올해는 92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 대비 25% 가까이 감소한 수준이다. 그뿐만 아니라 상용차 할부금융 잔액은 2021년 말 1조7464억 원에서 지난해 말 2조6512억 원으로 4년간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해 5월 말 2조5847억 원으로 감소했다. 4년 만의 첫 수축 신호다.

화물차주들을 짓누르는 것은 이중고다. 첫째는 고유가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2024년 4월 경유가는 리터당 2000원을 넘겼다. 경유는 화물차 운송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한 40대 화물차주는 "400리터를 넣는데 리터당 500원만 올라도 20만 원이 더 나간다"며 "할부금과 유가, 세금만으로 하루 벌이가 대부분 나간다"고 말했다. 둘째는 건설 불황이다. 건설투자는 5년 연속 감소했고 지난해는 전년 대비 9.9% 급락했다. 착공 현장이 곧 일감인 화물차주들에게는 직격탄이다. 이제 화물차주들은 높은 할부금을 내면서 동시에 화물 수요 부족으로 번 돈이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졌다. 극단적으로, 일을 안 하면 할부금을 못 내고, 일을 해도 유가 폭등과 건설 침체 때문에 수입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갇혔다.

극도로 어려워진 화물차주들을 회수할 수 없는 것이 캐피털사의 비극이다. 2억 원짜리 덤프트럭도 몇 년 운행하면 중고 시장에서 출고가의 절반 이하로 평가된다. 연체 차량을 회수해 팔아도 손실만 확정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 때문에 캐피털사들은 차를 거둬들이기보다 상환 유예와 같은 방편으로 화물차주들이 당장을 버티게 하는 데만 급급하다.

결과는 악순환이다. 차주들이 기존 할부금을 내기도 버거워 새 차를 구입할 여력이 없고, 캐피털사는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대출 기준을 높인다. 차를 사려는 사람도, 돈을 빌려주려는 곳도 함께 줄어드는 악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문제는 파급 효과다. 화물 운송은 제조, 건설, 유통 등 국가 산업 전반의 기반이 되는 기간산업이다. 화물 운송이 문제가 되면 전 산업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