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마켓기술을 고객가치로 만드는 미디어

비즈니스 기회

"독서는 정말 섹시해"…MZ세대가 주도하는 '텍스트힙' 문화의 정체

정원연 · 2026.09.01

"독서는 정말 섹시해"…MZ세대가 주도하는 '텍스트힙' 문화의 정체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있다는 뜻의 '힙(Hip)'을 합친 신조어 '텍스트힙'. 2030세대를 중심으로 최근 한 해 사이 우리 사회 문화계의 화두가 되었다. 종이책 읽기, 필사, 독서 모임, 손편지 쓰기 같은 텍스트 기반 활동이 더 이상 구식이 아닌 트렌디하고 멋진 문화로 재조명되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이 같은 독서 열풍이 한층 가속화되었다. 지난해 서울 국제도서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몰려 입장만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숏폼 콘텐츠에 소비되던 MZ세대가 왜 갑자기 종이책으로 돌아왔을까?

텍스트힙 트렌드의 배경은 디지털 피로감이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초단편 영상 콘텐츠가 지배하던 디지털 환경에서 과도한 자극으로 인한 피로도가 누적되었다. MZ세대는 역설적이게도 숏폼의 세대에서 벗어나 종이책을 만지며 읽는 물리적 경험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LP 음반, 손편지, 필사 같은 아날로그 문화가 동시에 부흥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변모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SNS에 '북톡(북+톡)' 콘텐츠를 올리고, 독서 전후 사진을 인증하며, 책갈피나 북커버 같은 독서 관련 굿즈를 수집하는 과정이 곧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브랜딩'이 된 것이다. 마네킹과 스타일링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패션' 개념이 이제는 독서로 확장되었다는 의미다.

흥미롭게도 텍스트힙 트렌드는 단순히 젊은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픽플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도서전·북페어를 방문한 비율은 20대(20.4%)보다 40대(27.0%)가 더 높았다. 40대는 같은 공간을 2~3회 이상 방문할 확률도 1.5배 더 높아 도서전을 '다시 찾는 공간'으로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

소비 방식도 세대별로 분명히 달랐다. 20대는 도서전에서 굿즈 구매에 가장 많은 비용을 쓰는 경향(24.3%)을 보인 반면, 40대는 책 자체에 가장 많이 지출했다(46.7%). 20대에게 텍스트힙이 취향을 드러내는 '브랜딩 요소'라면, 40대에게는 교양 함양과 자녀 교육을 위한 '일상'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텍스트힙 트렌드를 표면적인 과시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종이책 구매량이 실질적으로 늘어났는지, 실제 독서량이 증가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제기되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텍스트힙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대별로 다양하게 소비되면서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팝업스토어가 새로운 쇼핑 경험을 만들었던 것처럼, 텍스트힙은 책을 '읽는 대상'이 아닌 '경험하는 매개체'로 재정의하며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색깔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