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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60화> 최종화. 너는 뭐 먹고 살거니 — 60개의 장면이 주는 답

임윤철 · 2026.10.28

<제60화> 최종화. 너는 뭐 먹고 살거니 — 60개의 장면이 주는 답

60개의 장면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이제 이 시리즈의 제목이었던 질문 앞에 다시 섰습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이번에는 미래로 가 보겠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이 아니라 예측으로 그려 보는 장면입니다. 2040년 어느 아침, 한 청년이 눈을 뜹니다. 밤사이 그의 AI 에이전트는 그가 만든 설계 데이터를 세 곳의 공장과 협상해 팔았고, 값은 그의 지갑에 들어와 있습니다. 4,000년 전 난니의 심부름꾼이 목숨 걸고 하던 일을, 이제 프로그램이 잠든 사이에 해냅니다. 그런데 식탁에서 청년의 아이가 묻습니다. "아빠, 일은 전부 AI가 하는데, 아빠는 뭐 먹고 살아?" 청년은 웃으며 답합니다. "아빠는 AI가 팔 수 없는 걸 팔지. 뭘 만들지 정하는 눈, 누구를 믿을지 아는 감각, 그리고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읽는 마음."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지만, 사실 이 대답이 60편의 요약입니다.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면, 우리가 이미 쉰아홉 개의 장면에서 같은 원리를 보아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돌아보면 장면들은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집니다. 점토판은 거래에 기록을 주었고, 동전은 검증을, 지폐와 환어음은 신뢰와 정보를, 주식은 위험 나누기를 주었습니다. 도로와 항로와 컨테이너는 시장을 넓혔고, 아고라부터 이커머스까지 시장의 무대는 계속 사람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함무라비의 돌기둥부터 미쉐린의 별까지 사람들은 속지 않을 장치를 발명했고, 봉화부터 초단타매매까지 먼저 아는 자가 이겼으며, 포드의 컨베이어부터 벤처캐피털까지 회사라는 발명품이 거래를 조직했습니다. 소금, 설탕, 석유, 반도체, 데이터. 욕망의 상품은 바뀌어도 원리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어느 시대든 시장에 들어온 기술은 단 두 가지를 건드린 기술이었습니다. 사람을 더 편리하게 하거나, 사람의 협상력을 키우거나.

자, 마지막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그러나 60개의 장면 어디에서도 기술이 스스로 팔린 적은 없습니다. 팔린 것은 언제나 기술이 담긴 물건과 서비스, 그리고 그것이 채워준 인간의 욕망이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물었습니다. 화살은 7만 발인데 과녁은 어디에 있는가. 이제 답할 수 있습니다. 과녁은 실험실이 아니라 시장에, 논문이 아니라 사람의 욕망 속에 있습니다. 기술을 가진 사람은 그 기술을 거래되는 무언가로 바꾸는 사람과 만나야 하고, 그 만남을 잇는 다리를 놓는 일이야말로 다음 시대의 큰 장사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도 그 다리 하나를 놓겠다는 마음으로 이 예순 개의 장면을 연재했습니다. 5차산업혁명이 와도 거래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4,000년 동안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으니까요. 바뀌는 것은 장면뿐입니다. 그리고 61번째 장면부터는 기록이 없습니다. 그 장면을 기록할 사람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라는 질문에 여러분만의 답을 만드시기를. 60개의 장면을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었습니다.

사진: NASA Earth Observatory (퍼블릭 도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