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61화> 'LO' 두 글자에서 멈춘 첫 메시지 — 컴퓨터를 나눠 쓰려던 망, 사람들은 편지를 썼다

시즌 1의 예순 개 장면은 "거래는 멈춘 적이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시즌 2는 프롤로그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화살은 7만 발인데 과녁은 어디에 있는가. 이번에는 역사 속 화살들이 실제로 어디에 꽂혔는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먼저 묻습니다. 기술을 만든 사람은 그 기술이 어디에 쓰일지 알고 있을까요? 첫 장면은 정확히 57년 전 오늘, 1969년 10월 29일 밤의 로스앤젤레스입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3420호 연구실. 밤 10시 반 무렵, 대학원생 찰리 클라인이 단말기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의 전화기 너머에는 600km쯤 떨어진 스탠퍼드연구소(SRI)의 프로그래머 빌 듀발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하려는 일은 단순합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컴퓨터에서 'LOGIN'이라는 다섯 글자를 쳐서, 북쪽에 있는 남의 컴퓨터에 접속하는 것입니다. 클라인이 L을 칩니다. "L 들어갔어요?" "들어왔어요." O를 칩니다. "O 받았어요?" "받았어요." G를 치는 순간 SRI의 컴퓨터가 멈춰 버립니다. 인류가 컴퓨터 망으로 보낸 첫 메시지는 이렇게 'LO' 두 글자로 끝났습니다. 한 시간쯤 뒤 문제를 고친 두 사람은 접속에 성공했고, 그날 밤 클라인은 연구실 기록장에 손글씨로 적었습니다. "22:30, SRI와 호스트 대 호스트로 통신함." 오늘 사진 속 바로 그 한 줄입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UCLA에 보관된 이 기록장과 당사자들의 증언으로 남아 있는 실제 기록입니다. 이 망의 이름은 아파넷(ARPANET),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ARPA)이 돈을 댄 실험입니다. 그런데 이 망을 왜 만들었는지가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책임자였던 로버트 테일러의 사무실에는 단말기가 세 대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세 곳의 컴퓨터에 하나씩 따로 연결된 단말기였고, 컴퓨터를 바꿀 때마다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당시 컴퓨터는 방 하나를 차지하고 값이 집 몇 채였습니다. 그래서 목표는 '자원 공유', 곧 비싼 컴퓨터를 여러 연구소가 멀리서 나눠 쓰는 것이었습니다. 반전은 2년 뒤에 옵니다. 1971년 BBN이라는 회사의 엔지니어 레이 톰린슨이 망을 통해 다른 컴퓨터의 사람에게 쪽지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받는 사람 이름과 컴퓨터 이름 사이에 @ 기호를 넣었습니다. 연구자들은 남의 컴퓨터로 계산을 돌리는 일보다 이 쪽지 기능에 먼저 빠져들었습니다. 계산을 나눠 쓰라고 만든 망에서, 사람들은 편지를 썼습니다. 그 편지가 전자우편이 되었고, 전자우편을 쓰려는 사람이 늘면서 망은 대학을 넘어 회사로, 집으로 퍼졌습니다. 오늘 우리가 쓰는 인터넷은 처음 설계도에 적힌 용도가 아니라 사용자가 찾아낸 용도를 따라 자랐습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그런데 그 장면을 정하는 것은 기술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쓰는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넷을 설계한 사람들은 컴퓨터 시간을 팔 시장을 상상했지만, 실제 과녁은 사람과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술을 가진 사람이 할 일은 "이 기술은 이것을 위한 것"이라고 못 박는 일이 아니라, 처음 써 본 사람들이 무엇에 가장 먼저 손을 대는지 지켜보는 일입니다. 개발자가 덤으로 붙인 기능에 사람들이 몰린다면, 거기가 과녁일 수 있습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예순한 번째 힌트는 이것, 내 기술의 용도는 설계도가 아니라 첫 사용자의 손끝에서 찾으라는 것입니다. 시즌 2, 과녁을 찾은 화살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진: Andrew Adams,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