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62화> 벽지가 되려던 비닐 — 실패한 인테리어 소재가 포장의 표준이 되기까지

택배 상자를 열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것이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톡 터지는 공기 방울 비닐, 우리가 '뽁뽁이'라고 부르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이 비닐을 처음 만든 두 사람은 포장재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만들려고 했을까요? 1957년 미국 뉴저지주의 작은 마을 호손으로 가 보겠습니다.
한 집의 차고. 엔지니어 앨프리드 필딩과 스위스 출신 화학자 마크 샤반이 작업대 앞에 서 있습니다. 두 사람 손에는 샤워 커튼으로 쓰는 얇은 플라스틱 두 장이 들려 있습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새로운 벽지입니다. 매끈한 벽지가 아니라 오돌토돌한 질감이 살아 있는, 당시 젊은 예술가들이 좋아할 만한 벽지. 두 장을 겹쳐 열로 붙이자 그 사이에 공기 방울이 줄지어 갇힙니다. 벽에 붙여 보니 결과는 신통치 않습니다. 벽지로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이번에는 온실 단열재로 팔아 보려 하지만, 이것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스미스소니언 매거진과 회사의 역사로 전해지는 실제 기록입니다. 두 사람은 비닐에 공기를 가두는 공정과 기계로 특허를 받았고, 이 비닐로 할 수 있는 일을 수백 가지나 적어 보았다고 합니다. 기술은 손에 쥐었는데 돈을 낼 사람이 보이지 않는, 오늘날 연구실 서랍 속 특허와 똑같은 처지였습니다. 벽지도 온실도 아니라면 무엇일까. 1960년 그들은 실드에어(Sealed Air)라는 회사를 세웠고, 마침내 과녁이 나타납니다. 1961년 무렵 IBM은 새 컴퓨터 1401을 고객에게 실어 보내야 했습니다. 방 하나를 채우는 값비싼 기계가 트럭과 기차에서 흔들리며 망가지는 일은 큰 손해였습니다. 공기 방울이 촘촘히 갇힌 비닐은 바로 이 문제에 맞았습니다. 가볍고, 충격을 받아 주고, 물건을 감싸기 쉬웠습니다. 벽지로서는 흠이던 '공기 방울'이 포장재로서는 전부였던 것입니다. 이름난 대기업이 쓰기 시작하자 다른 회사들도 따라왔고, 이 비닐은 전 세계 물류의 기본 재료가 되었습니다. 필딩과 샤반이 처음 만든 것과 나중에 팔린 것은 같은 물건이었습니다. 바뀐 것은 그 물건을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같은 성질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흠이 되기도 하고 값이 되기도 합니다. 벽지를 고르는 사람에게 공기 방울은 이상한 무늬였지만, 깨지기 쉬운 기계를 실어 보내야 하는 회사에게는 돈을 아껴 주는 방패였습니다. 기술을 가진 사람이 고객을 찾을 때는 "이 기술이 무엇인가"보다 "이 성질 때문에 손해를 덜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손해가 크고 분명한 고객 한 곳을 먼저 잡으면, 그 이름이 다음 고객을 데려옵니다. 수백 가지 용도 목록보다 IBM이라는 한 줄이 더 힘이 셌습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예순두 번째 힌트는 이것, 실패한 용도에서 버린 성질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성질에 가장 큰 돈이 걸린 고객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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