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64화> 주머니 속에서 녹은 초콜릿 — 레이더 부품이 부엌에 들어가기까지 22년

식은 밥을 데울 때 우리는 전자레인지 문을 열고 단추 하나를 누릅니다. 이 상자의 심장은 원래 전쟁터에서 적기를 찾던 레이더 부품이었습니다. 레이더를 만들던 회사는 어떻게 부엌으로 가는 길을 찾았을까요? 1945년 무렵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섬의 레이시온 연구실로 가 보겠습니다.
연구실 한쪽에서 마그네트론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그네트론은 레이더에 쓰는 강한 마이크로파를 만들어 내는 진공관입니다. 그 앞에 퍼시 스펜서가 서 있습니다. 초등학교도 다 마치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해군 무선병 시절 밤마다 교과서를 붙들고 혼자 공부해 이 회사의 진공관 사업을 이끌게 된 사람입니다. 작업을 하던 그가 문득 주머니에 손을 넣습니다. 넣어 둔 초코바가 끈적하게 녹아 있습니다. 불 가까이 간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는 옥수수 알갱이를 가져와 마그네트론 앞에 놓습니다. 알갱이가 튀어 오르며 팝콘이 됩니다. 이번에는 주전자 옆에 구멍을 뚫고 달걀을 넣어 마이크로파를 쏩니다. 달걀이 터져 구경하던 동료의 얼굴에 튑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미국물리학회(APS)와 전기전자공학회(IEEE)의 역사 기록에 실린 실제 기록입니다. 다만 녹은 과자가 어떤 상품이었는지,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록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레이시온은 1945년 10월 8일 마이크로파로 음식을 익히는 방법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고, 1947년 무렵 업소용 오븐 '레이더레인지'를 내놓았습니다. 키가 2m 가까이 되고 무게는 340kg쯤, 물로 식혀야 하는 기계였습니다. 값은 약 5,000달러, 지금 돈으로 5만 달러가 넘습니다. 이 기계로 감자칩을 말리고 커피콩과 땅콩을 볶은 곳도 있었습니다. 고객은 식당과 큰 주방, 그리고 배였습니다. 오늘 사진은 원자력 화물선 서배너호 주방에 남아 있는 초기 업소용 레이더레인지입니다. 1955년 가정용이 나왔지만 1,295달러짜리 벽걸이 기계는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길을 연 것은 회사 밖의 손이었습니다. 레이시온은 1965년 가전 회사 아마나를 사들였고, 1967년 아마나가 일반 가정의 부엌 콘센트에 꽂아 쓰는 탁상형을 495달러에 내놓았습니다. 그때부터 전자레인지는 가정으로 퍼졌습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주머니 속 초코바가 녹은 순간 과녁은 이미 보였습니다. 집집마다 음식을 빨리 데우고 싶은 사람은 넘쳐났습니다. 그런데 그 과녁에 화살이 닿기까지 2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몸집과 값과 파는 길이 가정이라는 고객에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레이더 회사는 군대와 업소에 파는 법은 알았지만, 주부가 가전 매장에서 고르는 물건을 만드는 법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가전을 아는 회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기술이 좋다는 것과 고객이 살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예순네 번째 힌트는 이것, 과녁이 보여도 고객의 부엌에 들어갈 크기와 값과 판매 길을 갖춘 짝을 찾아야 화살이 닿는다는 것입니다.
사진: Acroterion,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