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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65화> 유정의 골칫거리 찌꺼기 — 바셀린, 한 산업의 쓰레기가 다른 산업의 상품이 되다

임윤철 · 2026.11.03

<제65화> 유정의 골칫거리 찌꺼기 — 바셀린, 한 산업의 쓰레기가 다른 산업의 상품이 되다

트고 갈라진 입술에 바르는 투명한 연고, 바셀린은 거의 모든 집 서랍에 하나쯤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고가 원래 석유를 퍼 올리던 기계를 멈춰 세우던 골칫거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버려야 할 찌꺼기에서 누가 상품을 보았을까요? 185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유전 마을 타이터스빌로 가 보겠습니다.

그해 8월 이곳에서 에드윈 드레이크의 유정이 기름을 뿜어 올렸습니다. 흔히 미국 석유 산업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장면입니다. 땅에서 돈이 솟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마을은 한몫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그 틈에 뉴욕 브루클린에서 온 젊은 화학자 로버트 체스브로가 있습니다. 석탄 기름으로 등유를 만들던 그는 새 기름에서 기회를 찾으러 왔습니다. 시추장을 돌아보던 그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들어옵니다. 기름을 퍼 올리는 막대에 밀랍 같은 끈적한 덩어리가 엉겨 붙어 기계를 멈추게 합니다. 일꾼들은 일을 멈추고 이 덩어리를 긁어내며 투덜댑니다. 그런데 그 일꾼들이 다쳤을 때 하는 행동이 이상합니다. 긁어낸 덩어리를 손등의 상처와 데인 자리에 쓱 바르는 것입니다. 상처가 잘 낫는다는 것입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미국 석유가스역사협회(AOGHS)와 회사의 역사에 남아 있는 실제 기록입니다. 체스브로는 이 찌꺼기를 브루클린의 실험실로 가져갔습니다. 일꾼들이 바르던 덩어리는 기름때가 섞인 지저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몇 년에 걸쳐 이것을 걸러 내고 정제해 맑고 냄새 없는 젤리로 만들었고, 1872년 6월 4일 '바셀린'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그다음에 한 일이 재미있습니다. 자기 몸에 작은 상처를 내고 불에 데게 한 뒤 젤리를 바르고 낫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였습니다. 공사장 일꾼들에게도 나눠 주었습니다. 곧 열두 대의 마차가 뉴욕 곳곳으로 바셀린을 싣고 다녔습니다. 오늘 사진은 1880년대 무렵의 바셀린 광고 카드 뒷면입니다. 약으로 쓰는 순수 바셀린, 머리에 바르는 포마드, 피부용 콜드크림, 튼 입술용 연고, 비누까지, 찌꺼기 한 가지가 여러 고객의 상품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체스브로는 아흔여섯 살까지 살았고, 날마다 바셀린을 한 숟가락씩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유전 일꾼에게 그 덩어리는 기계를 멈추게 하는 쓰레기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물질이 약국 진열대에 오르자 돈이 되었습니다. 둘 사이를 이은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현장 사람들이 이미 몰래 쓰고 있던 용도를 알아본 눈, 그리고 그 물질을 새 고객이 받아들일 만큼 깨끗하게 다듬은 정제입니다. 일꾼은 검은 덩어리를 상처에 발랐지만, 약국 손님은 맑은 젤리가 아니면 사지 않습니다. 한 산업의 부산물을 다른 산업에 팔려면 그 산업의 품질 기준에 맞춰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공장의 폐열, 실험실의 실패작, 공정에서 걸러 낸 부스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예순다섯 번째 힌트는 이것, 남들이 버리는 것을 누가 몰래 쓰는지 보고 그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품질로 다듬으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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