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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66화> 벽지 청소 반죽이 장난감으로 — 플레이도, 시장이 사라진 물건에 새 이름을 붙이다

임윤철 · 2026.11.04

<제66화> 벽지 청소 반죽이 장난감으로 — 플레이도, 시장이 사라진 물건에 새 이름을 붙이다

아이들이 조물조물 주무르며 노는 알록달록한 찰흙, 플레이도를 아십니까. 1956년 장난감으로 나온 뒤 30억 통 넘게 팔렸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반죽은 원래 아이들 손이 아니라 벽지를 닦던 물건이었습니다. 쓸모가 사라져 가던 상품은 어떻게 살아났을까요? 1950년대 중반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한 비누 회사로 가 보겠습니다.

쿠톨(Kutol)이라는 작은 회사. 기울어 가는 회사를 살려 보려는 조 맥비커가 팔리지 않는 상품을 붙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주력 상품은 벽지 청소용 반죽입니다. 석탄으로 난방을 하던 시절, 집집마다 벽지는 검댕으로 시커메졌고, 사람들은 이 말랑한 반죽을 벽에 굴려 그을음을 떼어 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집들이 석탄 대신 가스와 기름과 전기로 난방을 하고, 물로 닦을 수 있는 비닐 벽지가 나오자 반죽을 찾는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회사는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때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처형 케이 주폴이 신문에서 이 반죽으로 아이들 공작을 할 수 있다는 기사를 읽습니다. 그녀는 반죽을 교실로 가져가 아이들에게 나눠 줍니다. 말랑한 반죽을 받은 아이들은 이리저리 주무르며 모양을 빚느라 손을 떼지 않습니다. 교실이 작은 시험장이 된 셈입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스미스소니언 매거진과 회사의 역사로 전해지는 실제 기록입니다. 주폴은 맥비커에게 이 반죽을 장난감으로 팔아 보라고 권했습니다. 반죽은 아이들이 쓰기 알맞게 조금 손질했을 뿐,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이름이었습니다. 맥비커 집안은 '무지개 모형 반죽' 같은 이름을 생각했지만, 주폴 부부가 '플레이도(Play-Doh)', 곧 놀이 반죽이라는 이름을 내놓았습니다. 1956년 맥비커는 레인보크래프트라는 새 회사를 세우고 학교 교구 박람회에 반죽을 들고 나갔습니다. 첫 고객은 유치원과 학교였고, 곧 워싱턴의 백화점 우드워드앤드로스롭이 진열대에 올렸습니다. 1958년에는 어린이 텔레비전 프로그램 「캡틴 캥거루」에 소개되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습니다. 벽지 청소 반죽 회사는 그렇게 장난감 회사가 되었고, 1965년 식품 회사 제너럴밀스에 팔렸습니다. 같은 해 반죽의 특허도 등록되었습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석탄 난방이 사라진 장면은 벽지 반죽의 시장을 없앴지만, 같은 반죽을 원하는 다른 고객은 이미 유치원 교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맥비커가 한 일은 물건을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물건이 놓일 자리와 부르는 이름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벽지 청소제'라는 이름표를 달고는 장난감 가게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기술도 같습니다. 같은 특허라도 어떤 산업의 말로 소개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이 달라집니다. 내 시장이 줄어들 때는 기술을 버리기 전에 이름표부터 바꿔 달아 볼 일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예순여섯 번째 힌트는 이것, 시장이 사라지면 물건을 바꾸기 전에 새 고객의 말로 이름을 다시 지으라는 것입니다.

사진: Larry D. Moore, CC BY 4.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