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69화> 30년 동안 아무도 몰랐던 잠금장치 — 지퍼, '대체로 된다'와 '언제나 된다' 사이

오늘 아침 입은 옷과 들고 나온 가방에 지퍼가 몇 개나 달려 있는지 세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렇게 흔한 물건이 박람회에 처음 나왔을 때는 거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고, 옷에 자리 잡기까지는 40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 편리한 물건을 그렇게 오래 외면했을까요? 1893년 미국 시카고 만국박람회로 가 보겠습니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도착 400주년을 기념하는 거대한 박람회장. 전기 조명과 기계들이 관람객을 사로잡는 사이, 한쪽 전시대에 휫컴 저드슨이라는 발명가가 서 있습니다. 그가 내놓은 물건은 '걸쇠 잠금장치'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목이 긴 구두를 신을 때마다 줄줄이 달린 고리에 끈을 걸어 묶느라 한참을 씨름했습니다. 저드슨의 장치는 작은 고리와 걸쇠를 한 줄로 늘어놓고, 손잡이 하나를 밀어 올려 한 번에 채우는 물건입니다. 그해 8월 29일 특허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관람객 대부분은 그냥 지나칩니다. 장치는 투박했고 자주 걸려서 멈췄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레멜슨 센터와 특허 기록에 남아 있는 실제 기록입니다. 저드슨과 동업자는 회사를 세우고 장치를 계속 고쳤지만 시장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1906년 이 회사에 들어온 스웨덴 출신 기술자 기데온 순드백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고리와 걸쇠를 버리고, 작은 이빨들이 서로 맞물리는 구조로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습니다. 1인치에 네 개이던 이빨을 열 개 남짓으로 늘렸고, 이 사슬을 대량으로 찍어 내는 기계까지 만들었습니다. 오늘 사진은 1917년 3월 20일 등록된 순드백의 특허 도면입니다. 그래도 첫 고객은 옷이 아니었습니다. 담배쌈지와 장화였습니다. 1923년 고무 회사 B.F.굿리치가 이 장치를 고무 덧신에 달고, 채울 때 나는 소리를 따서 '지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군복과 아이 옷을 거쳐 1937년 무렵에야 신사복 바지 앞섶까지 단추를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박람회에서 꼭 44년 만이었습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저드슨의 생각은 옳았습니다. 고리를 하나하나 채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귀찮았고, 고객은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주 걸리는 잠금장치는 단추보다 나을 수 없었습니다. 고객은 '대체로 되는' 물건에는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언제나 되어야 하고, 싸게 많이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순드백이 한 일은 아이디어를 새로 낸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믿을 수 있는 물건과 만드는 기계로 바꾼 것입니다. 연구실에서 대개 잘 되는 기술도 공장의 기계와 고객의 서툰 손에서는 자주 멈춥니다. 그 차이를 메우는 데 드는 시간과 돈이 사업화의 진짜 비용입니다. 시제품이 박수를 받지 못할 때는 용도보다 먼저 신뢰성과 생산 방식을 의심해 볼 일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예순아홉 번째 힌트는 이것, 좋은 아이디어도 언제나 작동하고 싸게 만들 수 있을 때 비로소 고객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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