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마켓기술을 고객가치로 만드는 미디어

비즈니스 기회

석유류 최고가격 지정 검토, 물가 방어 카드인가 시장 왜곡 신호탄인가

박윤석 · 2026.03.10

석유류 최고가격 지정 검토, 물가 방어 카드인가 시장 왜곡 신호탄인가

정부가 석유류 제품에 대한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유가 대응을 넘어, 고유가가 소비와 물가, 경기 전반에 미칠 충격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국제유가 급등과 중동 리스크 확산으로 국내 주유소 가격이 빠르게 오르자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를 포함한 비상 대책 검토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고가격 지정제 TF를 꾸려 제도 시행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카드까지 꺼내 든 배경은 유가가 단순한 에너지 가격을 넘어 대표적인 생활물가 변수이기 때문이다. 9일 오전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7.7원, 경유는 1,920.1원까지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분이 시차를 두고 국내 판매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가격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실제로 한국시간 9일 오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7달러대를 기록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석유류 최고가격 지정은 가장 직접적인 물가 억제 수단이다. 유류비는 운송비와 물류비, 제조원가, 외식비를 거쳐 전방위로 번진다. 기름값 상승을 초기에 눌러 놓으면 소비자물가의 2차 확산을 늦출 수 있고, 체감물가 악화도 일부 막을 수 있다. 특히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유가 급등이 실질소득을 갉아먹는 만큼, 가격상한제는 소비 위축을 방어하는 응급 처방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민생물가 안정 차원에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가격 통제는 경제적으로 비용이 큰 정책이다. 시장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상한선을 설정하면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이 급격히 줄고, 이는 공급 축소나 판매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 가격은 눌렀지만 실제로는 기름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공급 절벽’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 가격을 행정으로 억누를수록 유통 왜곡과 지역별 품귀, 사재기 심리도 뒤따를 가능성이 커진다.

재정 부담도 무겁다. 석유사업법 제23조는 산업통상부 장관이 가격 급등 우려가 있을 때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조치로 사업자가 입은 손실에 대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유가 상승이 단기에 끝나지 않으면 민간 손실을 사실상 세금으로 떠안아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격 억제의 혜택은 소비자가 누리지만, 그 비용은 결국 재정과 미래 세대가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가격상한제가 구조적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유가 불안은 중동발 지정학 충격과 원유 공급 우려에서 출발했다. 공급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판매가격만 억지로 누르면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옮겨 붙는다. 가격을 통제하는 동안은 잠잠해 보여도, 제도를 해제하는 순간 급등분이 한꺼번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물가를 늦출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