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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컬럼]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왜 50년 후의 땅을 만들고 있는가

곽재원 · 2026.10.27

[곽재원 컬럼]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왜 50년 후의 땅을 만들고 있는가

싱가포르는 인공지능(AI) 경쟁을 단순한 기술개발이 아닌 국토·에너지·반도체·자본·인재를 통합하는 국가 시스템 경쟁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이 빅테크와 자본을 앞세우고 중국이 국가 주도의 기술자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싱가포르는 자국의 강점을 활용해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첫째, 미래 산업을 위한 물리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 싱가포르는 여러 섬을 연결하는 ‘웨스턴섬’ 구상을 통해 첨단 제조업과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입지를 마련하려 한다. 과거 7개 섬을 연결해 조성한 주롱섬이 석유화학 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한 경험을 미래 산업전략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AI 산업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력 등 물리적 인프라를 장기적으로 준비한다는 의미다.

둘째, AI 기술개발뿐 아니라 산업 현장의 활용에 집중한다. 싱가포르는 첨단 제조업·금융·물류·통신·헬스케어를 주요 AI 적용 분야로 설정하고, 기존 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한다. 국가 연구개발 계획과 부처 간 정책 조정을 통해 연구 성과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셋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전략적 입지를 확보한다. 싱가포르는 자국 대표 반도체 기업이 없지만, 글로벌 기업의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조직을 유치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했다. 최첨단 공정에만 집중하기보다 성숙공정과 웨이퍼, 제조장비 등 공급망 전반에 참여하는 전략이다.

넷째, 국가자본으로 글로벌 AI 생태계에 참여한다. 국부펀드 테마섹은 AI 기업뿐 아니라 반도체·데이터센터·에너지 등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외국 기업의 생산과 연구개발을 유치하고, 해외에서는 글로벌 기술기업의 성장에 투자해 국가의 경제적 영향력을 넓히려는 것이다.

다섯째, AI 전환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관리한다. 재교육과 직업 전환 지원을 통해 노동자가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술혁신의 성과를 지속하려면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고용 변화와 사회적 신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물론 글로벌 기술경기 변동과 미·중 갈등, 매립사업의 비용 및 해양 생태계 훼손 우려는 싱가포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장기적인 국가 비전이 반드시 경제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독자적인 AI 기술개발과 산업 적용을 병행하는 동시에 반도체·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산업입지를 확보하고, 글로벌 AI 생태계에 참여할 장기 투자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산업·에너지·자본·인재 정책을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강국의 조건은 AI 모델과 GPU를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할 인프라와 자본, 인재와 사회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 싱가포르가 50년 후의 산업용지를 준비한다면, 한국도 50년 후의 국가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출처 : 저스트이코노믹스

링크 : https://www.justeconomix.com/ko-kr/articles/153790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