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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화려한 '대기업 세일즈 외교' 그 그늘 밑의 정원(庭園)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발을 디디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으로 향하고,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길에는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악수를 나눈다. 세계 정상이 국경을 넘어 가장 먼저 찾는 이들이 한국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라는 사실은 감격스럽다. 한국 대기업들의 글로벌 입지와 브랜드 위상이 어디까지 올라섰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이러한 화려함 뒤에는 정부의 치밀한 '세일즈 외교'가 자리 잡고 있다. 자국 기업의 해외 판로를 뚫고 막대한 관세·규제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정부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외교적 총력전을 펼친다. 그룹 총수들이 대통령의 순방 길에 동행하고 현지 정상과의 면담을 통해 수조 원대 투자를 약속할 때, 이는 단지 외교적 수사를 넘어 수천, 수만 대의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팔아 치우는 최고의 '글로벌 마케팅'으로 완성된다. 국가의 외교력이 대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을 전폭 지원하는 이른바 'K-비즈니스 외교'의 성공 방정식이다.
그러나 질문은 바로 이 화려한 전조등이 비추지 못하는 그늘진 구석에서 시작된다. "정부가 대기업의 글로벌 마케팅을 이토록 강력하게 지원할 정도로 국격과 정책적 자원이 커졌다면, 과연 우리 경제의 허리이자 뿌리인 중소기업과 골목 상권의 소상공인을 위한 마케팅 및 판로 지원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물론 정부와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은 중소기업을 위해 해외 전시회 참가, 통·번역, 현지 규격 인증, 디지털 마케팅 비용을 보조해 주는 '수출바우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온라인 판로 개척, 라이브커머스 제작, 해외 직구 플랫폼(아마존·쇼피 등) 입점 밀착 지원 지원책도 다각도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간극은 여전히 가파르다. 대기업이 국가 정상급 외교라는 초대형 융단폭격식 마케팅 지원을 받는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주어지는 지원은 여전히 복잡한 서류 절차와 까다로운 조건, 소액의 비용 보조라는 ‘보탬형 지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수 침체와 고금리의 여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에게는 당장 내 물건을 사줄 ‘진짜 손님’을 모아줄 정교한 지역·디지털 판로 마케팅이 절실하다.
거대한 화물선이 세계 바다를 누비도록 돕는 외교적 지원은 국가 경제의 필수 동력이다. 하지만 그 화물선에 부품을 대고, 현지에서 파생되는 소비의 온기를 나누어 가져야 할 수백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라는 든든한 뗏목들이 파도에 쓸려나간다면 그 성장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글로벌 무대에서 빛나는 K-대기업의 위상만큼이나, 국내 시장과 골목길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소상공인의 제품이 '팔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마케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대기업의 해외 세일즈 외교에 쏟는 열정의 일부라도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판로 확장에 디테일하게 이식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 경제라는 정원은 뿌리부터 꽃잎까지 고루 푸르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