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100년기업' 제12화> 그 헤어드라이어 회사가 사실은 - 본업, 팔던 것을 버릴 시간을 아는 법

제2화의 유닉스전자를 다시 불러온다. 헤어드라이어 하나로 세계 3위에 오른 그 회사. 좁은 것에 집중했다는 이야기였지만, 사실 이 관점이 다루는 것은 그보다 조금 더 무거운 질문이다. 지금 팔고 있는 것을, 언제 버려야 하는가.
일본의 경제지가 경영학자와 함께 1896년부터 1982년까지 약 백 년간 일본 상위 100대 기업의 명단을 아홉 번 추적한 적이 있다. 한 회사가 명단에 머문 횟수는 평균 2.5회, 우량기업의 지위가 유지되는 기간은 평균 30년에 못 미쳤다. 이른바 "기업 수명 30년설"이다. 미국 산타페연구소는 북미 상장기업 2만 5천 개의 60년 치 생존 기록을 분석해 더 서늘한 사실을 밝혔다. 기업의 사망 위험률이 나이와 무관하게 일정하다는 것이다. 회사는 50년을 살았어도 5년 차 회사와 같은 확률로 죽는다. 사업 하나의 수명이 30년이라면, 100년을 살려는 회사는 주력 사업의 죽음을 적어도 두세 번 통과해야 한다. 100년기업은 한 사업을 오래 한 회사가 아니라, 사업의 죽음을 여러 번 건너온 회사다.
그런데 여기서 유닉스전자의 이야기가 다시 의미를 갖는다. 이 회사는 40년 넘게 헤어드라이어라는 한 품목을 떠나지 않았다. 갈아타지 않은 것이다. 얼핏 앞의 통계와 모순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세계 최장수 기업 중에는 정반대의 두 길이 있다. 하나는 대기업들이 걷는 길로, 사업을 계속 갈아타며 살아남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강소기업들이 걷는 길로, 좁은 요새를 파고 그 안에서 대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위험한 것은 그 중간이다. 요새라 부르기엔 넓고 시스템이라 부르기엔 얕은 회사가 가장 많이 무너진다. 유닉스전자는 요새를 택했고, 그 요새를 세계 단위로 넓혔다.
출처: 닛케이비즈니스 "기업 수명 30년설" 조사; 산타페연구소, 「기업 생존 반감기」 연구(Royal Society Open Science,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