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35화> 장난감이라 거절당한 특허 — 전화가 상거래를 바꾸다

우리는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로 저녁을 주문하고 계약을 맺습니다. 목소리로 거래하는 이 당연한 일이,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발명이었습니다. 1876년 미국으로 가 보겠습니다.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선을 통해 사람의 목소리를 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왓슨 군, 이리 오게. 자네가 필요하네." 옆방의 조수에게 전선으로 건넨 이 한마디가 역사에 남은 첫 전화 통화입니다. 벨은 이 특허를 당시 통신을 지배하던 거인, 전신 회사 웨스턴 유니온에 10만 달러에 사라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회사의 사장은 내부 검토 끝에 이렇게 답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전기 장난감을 우리가 어디에 쓰겠는가. 세계 최대의 통신 회사가 전화를 그저 신기한 완구로 본 것입니다. 벨은 하는 수 없이 직접 회사를 차렸고, 몇 년 지나지 않아 그 장난감은 웨스턴 유니온을 위협하는 거대 산업이 되었습니다. 뒤늦게 사태를 깨달은 웨스턴 유니온은 경쟁 전화기를 내놓았다가 특허 소송에서 패해 물러났고, 벨이 세운 회사는 훗날 미국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전화 발명과 초기 사업사에 관한 기록을 근거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왜 거인은 그토록 크게 오판했을까요. 그들은 전신으로 이미 정보를 잘 나르고 있었고, 전화는 그저 음성을 조금 편하게 전할 뿐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전화가 진짜로 바꾼 것은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거래의 방식이었습니다. 전신은 글을 아는 사람이 전신국까지 가서 부호로 바꿔 보내야 했지만, 전화는 누구든 자기 목소리로 그 자리에서 흥정하고 주문하고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상점은 전화로 주문을 받았고, 도매상은 전화로 물건을 떼 왔으며, 훗날 이 목소리 주문은 콜센터와 홈쇼핑, 전화 배달 주문이라는 거대한 상거래로 자라났습니다. 거인이 장난감이라 부른 것이, 사람의 목소리를 실시간 거래 수단으로 바꾼 혁명이었던 것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글을 부호로 바꿔 전신국에서 보내던 장면은, 누구나 목소리로 그 자리에서 사고파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웨스턴 유니온의 실수가 뼈아픈 교훈을 남깁니다. 이미 잘하고 있는 기술의 눈으로 새 기술을 보면, 그것이 얼마나 작아 보이는지를요. 전화를 전신의 열등한 사촌으로 본 순간, 거인은 다음 시대를 통째로 놓쳤습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에도 똑같은 함정이 있습니다. 지금 잘나가는 기술의 잣대로 AI를 재면, 그저 똑똑한 자동화 도구로만 보일지 모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서른다섯 번째 힌트는 이것, 새 기술을 옛 기술의 잣대로 재지 말고 그것이 새로 여는 거래의 방식을 보라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CC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