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100년기업' 제15화> 그 손톱깎이 회사가 사실은 - 승계, 다음 경영자를 키우는 법

제5화의 쓰리쎄븐을 다시 불러온다. 세금 고지서 한 장에 주인이 두 번 바뀌었다가, 결국 창업주의 가족이 되찾아온 회사. 준비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준비된 것 사이의 거리를 묻던 그 이야기는, 사실 승계 연구가 가장 근본적으로 던지는 질문이었다.
승계는 물려주는 사건이 아니라 키워내는 과정이다.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비전기업 18개사의 약 1,700년 치 CEO 재임 기록을 합산해 보니, 외부에서 영입된 CEO는 3.5퍼센트에 불과했다. 비교기업군은 22.1퍼센트 — 여섯 배가 넘는다. 위대한 회사들은 리더를 시장에서 사 오지 않고 안에서 길렀다. 일본의 한 장수기업 연구자는 일본 장수기업의 90퍼센트 이상이 동족 승계였다고 밝혔는데, 내막은 정반대다. 아들이 가업을 잇기에 부족하면 가장 유능한 직원이나 외부 인재를 사위나 양자로 들여 성을 주고 가업을 잇게 했다. 핏줄을 지키기 위해 가업을 희생한 것이 아니라, 가업을 지키기 위해 핏줄의 정의를 바꾼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다른 사례들이 보여준다. 독일의 한 자동차부품 회사는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유언장을 남겨, 회사가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되지 않을 구조를 설계하게 했다. 지분과 의결권을 의도적으로 분리해, 후손 누구도 상속 지분만으로는 회사를 흔들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개인의 선의는 세대를 넘지 못하므로, 선의를 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다.
쓰리쎄븐의 가족이 회사를 되찾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그 되찾음은 준비의 결과가 아니라 두 번째 기회였다. 사람을 키우고, 그 사람이 흔들려도 회사를 지킬 제도까지 갖췄을 때, 비로소 승계는 완성된다.
출처: 짐 콜린스·제리 포라스, 『Built to Last』(1994) CEO 재임기록 분석; 로베르트보쉬재단 공식 사사(社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