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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기업' 제13화> 그 드레이크가 사실은 - 분수, 위기를 버티는 곳간

임윤철 · 2026.09.10

<'100년기업' 제13화> 그 드레이크가 사실은 - 분수, 위기를 버티는 곳간

제3화의 에드윈 드레이크를 다시 불러온다. 세기의 부를 열고도 자기 곳간은 지키지 못한 사나이. 버는 재능과 지키는 재능은 다른 재능이라던 그 이야기는, 사실 100년기업 연구의 한 축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1983년, 로열더치쉘의 기업기획 책임자였던 아리 드 지우스의 팀은 "100년 이상 산 대기업들은 무엇이 다른가"를 알기 위해 세계의 장수기업 30곳을 조사했다. 그가 추린 네 가지 공통 특성 중 하나가 재무적 보수성이었다. 돈이 수중에 있는 회사는 선택지를 가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위기가 왔을 때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버틸 수 있고, 기회가 왔을 때 남의 허락 없이 움직일 수 있다. 일본의 노포 연구들은 이것을 "분수 경영" — 제 몸에 맞게, 무리한 차입 없이 경영한다 — 이라 불러왔다. 독일의 히든챔피언들이 투자 재원의 78.6퍼센트를 빚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충당한다는 조사 결과도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들이 성장의 8할을 자기 돈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드레이크가 놓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벌 줄은 알았지만 지킬 줄은 몰랐다. 특허를 내지 않았고, 번 돈을 투기에 넣었다가 잃었다. 반대로 이 원칙을 지킨 회사들에게 곳간은 세 가지 쓸모를 낸다. 첫째는 보험이다. 매출이 급감해도 급하게 사람을 자르거나 불리한 조건의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산다. 둘째는 협상력이다. 언제든 "안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회사는 거래 조건이 달라진다. 셋째는 무기다. 모두가 움츠러드는 불황기는 설비와 인재가 가장 싸게 나오는 시기이기도 한데, 그 시기에 움직일 수 있는 회사는 곳간이 있는 회사뿐이다. 드레이크의 우물이 세상에 연 것은 부(富)였지만, 그 부를 지키는 법까지 열지는 못했다.

출처: 아리 드 지우스, 『The Living Company』(1997); 헤르만 지몬, 『Hidden Champions』(자기자본조달 비중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