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100년기업' 제16화> 그 카메라 회사가 사실은 - 감지, 먼저 알아채는 법

제6화의 코닥을 다시 불러온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를 발명하고도, 세상에서 가장 늦게 그 미래로 걸어 들어간 회사. "재미있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게"라는 그 한마디는, 사실 100년기업을 무너뜨리는 가장 흔한 사인(死因)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연구자가 정리한 몰락 기업 15개사의 사인을 분석하면, 15건 중 14건에 변화 감지의 실패 또는 위기 대응의 실패가 들어 있다. 압도적 1위다. 이념도 곳간도 관계도 승계도 아무리 잘 갖춰도, 세상이 변하는 것을 늦게 알면 전부 소용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 관점의 이론적 원전은 다시 아리 드 지우스다. 그가 장수기업의 첫 번째 특성으로 꼽은 것이 환경 민감성이었고, 로열더치쉘에서 그 실천 도구로 발전시킨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1970년대 초, 아직 유가가 안정적이던 시절에 쉘의 기획팀은 "산유국들이 담합해 공급을 조인다면"이라는 시나리오를 미리 경영진에게 통과시켰다. 1973년 실제로 오일쇼크가 터지자 경쟁사들이 얼어붙은 사이 쉘은 준비된 대응을 꺼냈다.
코닥은 정확히 반대로 갔다. 세상 누구보다 먼저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지만, 감지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감지와 행동은 별개의 능력이며, 감지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조직 학습이 없으면 감지는 무용하다는 것이 드 지우스가 반복해서 남긴 경고다. 변화는 본사 회의실에 가장 늦게 도착한다. 변화가 가장 먼저 지나가는 곳은 회사의 가장자리 — 매장 계산대, 고객 접점, 그리고 회사를 떠난 고객이다. 코닥의 회의실에서는 "재미있군"이라는 한마디로 끝났던 그 발명이, 회사 바깥에서는 이미 다음 시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처: 아리 드 지우스, 『The Living Company』(1997); 몰락 100년기업 사례 분석(사인별 관점 매핑).
사진: Matthew Trump, "Kodak Building in Rochester, NY", Wikimedia Commons (CC BY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