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100년기업' 제9화> 대표에게만 물으면 안 되는 이유 - 같은 회사, 다른 점수

여섯 자리와 서른 개의 진단 문항을 다 세우고 나서, 전혀 다른 종류의 질문 하나가 남았다. 이 서른 문항에 회사에서 누가 답해야 하는가. 대표가 채점하는 "우리 회사는 승계 준비가 잘 되어 있다"와, 그 승계를 현장에서 지켜보는 부장급 중간관리자가 채점하는 같은 문항의 점수는 정말로 같을까.
먼저 확인한 것은, 이 의심이 근거 없는 걱정이 아니라 조직행동론에서 이미 반복적으로 실증된 현상이라는 사실이었다. 한 조직 몰입도 조사에서 "우리 조직은 몰입도가 높다"에 동의한 비율이 리더(임원)급에서는 42퍼센트였는데, 관리자급은 22퍼센트, 실무자급은 9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직급이 하나씩 내려갈 때마다 같은 조직을 보는 눈이 절반 가까이 어두워진 셈이다. 인사평가 분야의 360도 다면평가 연구도 같은 결론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자기평가는 타인평가보다 언제나 후하다는 "관용 편향"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가족기업 연구 방법론 문헌에서도 정확히 같은 논쟁이 있었다. 많은 서베이가 대표나 오너 한 사람에게만 묻는 "단일 응답자 설계"를 택하는데, "응답자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는 논문 제목이 이 설계의 한계를 정확히 짚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여러 사람의 응답을 하나의 점수로 만드는가. 조직심리학의 합의도 지수는 평균을 내기 전에 "이 사람들이 애초에 서로 동의하고 있는가"부터 검증한다. 실무에서 널리 쓰이는 조직문화진단도구는 통계 검정 없이 그냥 평균을 내는데, 그러면 대표가 후하게 매긴 점수와 중간관리자가 박하게 매긴 점수의 격차가 평균 속에 묻혀 사라져버린다. 유럽의 경영품질모델이 쓰는 합의 워크숍 방식은 그 불일치를 지우지 않고, 함께 배우는 계기로 쓴다.
결국 한 사람이 아니라 대표·임원·중간관리자를 아우르는 여러 명의 응답을 모으고, 그 평균 뒤에 숨은 직급별 격차를 절대로 지우지 않는 방식이 채택됐다. 격차가 클수록, 그것은 숨겨야 할 오차가 아니라 다음 회의에서 반드시 마주 앉아야 할 안건이다.
출처: 데일 카네기 연구소 조직 몰입도 조사; "One is Not Enough"(가족기업 응답자 방법론 논문); James, Demaree & Wolf, rwg 합의도 지수(1984); 조직문화진단도구(OCAI); 유럽 경영품질모델(EFQ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