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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41화> 꽃 한 송이가 집 한 채 — 인류 최초의 버블

임윤철 · 2026.09.18

<제41화> 꽃 한 송이가 집 한 채 — 인류 최초의 버블

값이 오른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가 어느 날 거품이 꺼지는 일, 우리는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광풍의 원조가 꽃 한 송이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400년 전 네덜란드로 가 보겠습니다.

1636년 겨울, 암스테르담. 한 남자가 튤립 구근 한 뿌리를 놓고 흥정합니다. 구근이라야 손가락만 한 알뿌리 하나인데, 부르는 값이 숙련공의 몇 년 치 연봉, 운하변 좋은 집 한 채 값입니다. 특히 붉은 불꽃무늬가 흰 꽃잎을 타고 번진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라는 품종은 부르는 게 값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거래 방식입니다. 튤립은 봄에나 꽃이 피는데, 사람들은 한겨울에 아직 땅속에 있는 구근을, 그것도 실물은 보지도 않고 계약서만으로 사고팔았습니다. 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 하나로 종이가 종이를 사는 셈이었죠. 사람들은 이 거래를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했다고 해서 '바람 장사'라고 불렀습니다. 손에 잡히는 것 없이 바람만 오간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다 1637년 2월의 어느 날, 한 경매장에서 갑자기 사려는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며칠 만에 값은 거짓말처럼 무너졌고, 마지막에 계약서를 쥔 사람들만 빈손으로 남았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튤립 광풍에 관한 당대의 기록을 근거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반전이 있습니다. 최근의 역사가들은 이 사건이 후대에 상당히 부풀려졌다고 봅니다. 나라 경제가 휘청였다는 이야기는 과장이고, 실제로는 일부 투기꾼들 사이의 소동에 가까웠으며, 그마저도 훗날 사람들에게 투기를 경계하라는 교훈용 우화로 다듬어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오히려 핵심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왜 이 이야기를 400년 동안이나 되풀이해 왔을까요. 그것은 튤립이 인간의 마음속 어떤 진실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물건의 쓸모가 아니라 남이 더 비싸게 사줄 거라는 기대만으로 값이 오를 때, 그 값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진다는 진실 말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꽃을 보고 사던 장면은, 꽃을 보지도 않고 기대만으로 사고파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선물 거래라는 방식 자체는 7화에서 본 것처럼 위험을 관리하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 도구가 실물과 완전히 끊어져 기대가 기대를 사는 순간, 시장은 거품이 됩니다. 이것은 튤립에서 끝나지 않고 남해회사 거품에서, 대공황에서, 여러 차례의 금융위기에서 되풀이됐습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에도 새로운 기술과 자산이 등장할 때마다 이 오래된 심리는 어김없이 다시 나타납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마흔한 번째 힌트는 이것, 네가 파는 것의 값이 쓸모에서 나오는지 남의 기대에서만 나오는지를 늘 물으라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3000길더 (퍼블릭 도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