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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수 칼럼]지금 유연함의 경영을 생각한다(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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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 차리게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그것은 국제질서 재편, AX, GX 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소용돌이를 경영자는 어떻게 헤쳐가야 할까?
▶ 경영의 유연함
새로운 언어로서 유연함을 경영에 적용한 것이 경영의 유연함(management with suppleness)이다. 어떤 경영을 말하는가?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만을 말한다. 근시안에 빠지지 않고 시대흐름과 함께 하는 이 동과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헤리티지를 지키는 것이다. 이동과 지킴이 경영의 유연함이다.
• 이동: 이주와 확장
여기서 말하는 이동(movement)은 시대흐름(기술, 고객가치, 정치 등 환경변화)에 맞춰서 함께 가는 것을 말한다. 이동을 하지 못하여 빠지는 오류를 근시안(myopia)이라 한다. 오래된 예지만 하버드대학의 레비트 교수는 미국 철 도회사들이 빠진 오류를 마케팅근시안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더 빠른 운송수단인 비행기로 옮겨가는데 철도회사 는 더 빠른 철도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기존 철도사업에서 수익을 남길 생각만 하다가 결국 파산이 된 것을 말한 다. 코닥 또한 근시안에 빠진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바뀌면 비즈니스는 이를 따라가든지 선도해야 한다. 이를 이동이라 한다. 돈을 버는 방법이 바뀌는 것을 말 하는데,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이주(migration)와 확장(extension)이다. 이주는 기존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돈 을 버는 것이고, 확장은 기존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GX(녹색대전환)시대를 맞아 현대자동차와 도요 타가 이동하는 방식이 좀 다른데, 현대는 전기차를 주력으로 하려는 이주전략을, 도요타는 하이브리드를 주력으로 하는 확장전략을 쓰고 있어 좋은 대조를 보인다. 현재 미국의 에너지정책은 화석에너지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근시안이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이주전략을 과감히 취하고 있어 흥미롭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전략은 확장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 지킴: 헤리티지
각 회사마다 창업 이후 내려오는 경영코드가 있다. 3M은 상상력이 경영코드이고 LG그룹은 정도경영으로 볼 수 있 다. 일반적으로 한국기업이 갖는 문화적 전통인 레거시를 ‘K-’라는 이름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헤리티 지는 문화적 전통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웃도어 회사인 파타고니아의 ‘옷을 사지 말라’는 캠페인이 이 회사의 헤리 티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대전의 성심당은 사회와 더불어, 직원과 더불어 이익을 나누는 것이 기업의 헤리티 지이다. 한국의 식문화에 유난히 나물이 많다고 한다. 이유는 먹을 것이 없어 자연에서 채취하여 허기를 달래다 보니 거의 모든 새싹과 야생초를 먹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잡초를 나물로 만들어 먹기 위해 간장, 된장, 깨소금, 참기름 등 소 스가 다양하게 발달한 것이 오늘날 K-푸드의 헤리티지라고 한다. 이처럼 헤리티지는 문화적 코드다. 따라서 오랜 역사에 걸쳐 이어져 온 것은 지켜야 한다. 또 이런 헤리티지는 누구 도 모방하기 어려운 생명력이 된다.
▶ 경영자의 깨우침
유연함의 경영이 이동과 지킴이라고 했다. 어찌하면 이동과 지킴을 무리 없이 잘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경 영자의 깨우침, 즉 사유전환이다. 경영자의 깨우침이 있어야 소용돌이치는 급류를 타고 원하는 곳으로 기업을 조타 하는(steering) 유연함이 생길 것이다. 두 가지를 권하고 싶다.
• 기존을 무(無)로 인식하기
기존을 무로 인식하라는 것은 기존을 타개하고 혁신하라는 것이 아니다. 기존을 새로운 창조의 순간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무에서 유가 탄생되기 때문이다. 기존을 무(無)내지는 공(空)으로 인식하면 이것에서 새로운 것이 나온다. 기존을 유(有)로 인식하면 새로운 길로 향하는 문이 닫힌다. 이유는 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배척하기 때문이다. 무는 포용성이다. 무한히 담을 수 있는 비어있음이고 무엇이든 새롭게 나올 수 있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이를 무의 배태성(pregnancy)이라 한다. 그래서 철학자들이 무를 화두로 삼는다. 니체(1844~1900)는 무를 회귀의 궁극으로 말하고, 쇼펜하우어(1788~1860)는 모든 것을 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들을 허무주의라고 한다. 사실 허무주의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다. 허무(虛無)는 멜랑콜리가 아니라 비어있음이고 내려놓기다. 그것에서 새로운 유(有)가 탄생한다. 범종(梵鍾)은 비 어 있지만 만물을 일깨우는 울림을 만들어 내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난관이 엄청난 것 같지만 그냥 무(無)로 보면 이 순간이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엄청 난 힘을 갖는다. 그렇지 않고 지금을 과거의 연결선상에서 보면(이는 유로 보는 것임) 새롭게 변하는 시대흐름을 담 아낼 수 없어서 더 큰 어려움이 되어 우리의 숨통을 막을 것이다.
• 이타카를 마음속에 품기
이 말을 듣자마자 나올 반응이 이타카(Ithaca)라니? 라는 반문일 것이다. 만약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이타카를 이미 알고 있는 경영자라면 존경한다. 이유는 필자도 사실 우연히 그리스 시인 콘스탄티노스 카바피(1863~1933) 의 시 ‘이타카’를 읽고 나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타카는 기원전 7세기에 호메로스가 쓴 인류최초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10년 동안이나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 돌아가고자 한 고향이다. 그의 부인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 코스가 10년을 하루 같이 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면서 기다리는 집이고 고향이다. 꿈에도 잊지 못할, 그래서 어떤 유혹도 견디게 하며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게 하는 생명력의 원천이고 돌아가야 할 그곳이고, 거기서 죽음을 맞고 싶은 곳이다. 이타카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고개를 넘으면 전개될 것으로 상상하는 평온한 삶이라 할 수도 있고, 어릴 때 놀던 고향의 푸른 언덕일 수 있고, 한 사회가 가야 할 이상향인 파라다이스가 될 수도 있고, 지혜로운 자 오디세우스 처럼 부인과 자식이 기다리는 가족의 품일 수 있다. 경영자에게 이타카는 고객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회사 의 모습일 수 있고, 회사를 다음 세대에게 잘 넘겨주는 것일 수도 있으며, 내가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소중한 직장일 수 있는 것이다.
이타카를 생각하면 없던 힘이 생긴다. 이타카는 돈이 아니고 1등도 아니다. 따뜻함이고 돌아가서 쉬고 싶은 곳이고 그리움이 있는 곳이다. 또한 자존감이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음이다. 각자의 이타카는 따로 있을 수 있다. 이타카 가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말을 쓰면 이타카는 나를 찾아온다. 경영은 경영자의 오디세이아라 할 수 있다. 경영자의 모험이야기(journey)라는 것이다. 이런 모험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 바로 이타카다. 이렇게 힘든 여정을 집어치우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타카인 것이다. 사실 이타카는 신기루 일 수 있다. 다가가면 또 저만큼 멀어진다. 그래서 그리스 시인 가바피는 여정이 곧 이타카일 수 있다고 한다. 온갖 소용돌이를 헤치고 나가는 여정을 따뜻한 마음으로 긍정하라는 얘기다.
▶ 정리하면,
첫째, 기존을 무로 인식하자.
둘째, 이타카를 마음속에 품자.
전인수_ (녹색소비자연대 이사장, 전 홍익대 교수)
출처 : Jcampus-Jcomment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