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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컬럼] 2026년 일본 경제계의 인식과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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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일본 경제가 안고 있던 핵심 질문은 "어떻게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것인가"였다. 이제 그 질문은 변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은 어떻게 다시 성장할 것인가." 올여름 일본 경제단체들이 개최한 하계포럼은 이 새로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들을 제시했다.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일본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 등 3대 경제단체는 각각 다른 문제의식으로 출발했지만 놀랍게도 하나의 방향을 향했다. 게이단렌은 '투자견인형 경제'를 내세웠다. 성장의 순서를 바꾸자는 것이다. 기존 '수요→생산→투자' 순환을 '투자→혁신→생산성→소득→소비→재투자'로 역전시키자는 주장이다. 저축하던 일본을 투자하는 일본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일본상공회의소는 중소기업이 직면한 현실을 '공급제약사회'라고 진단했다. 과거 일본 경제의 병은 수요 부족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주문은 있어도 인력 부족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원료와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인구감소는 되돌릴 수 없으므로, "사람 한 명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핵심은 생산성 혁명이다.
경제동우회의 '공조성장사회'는 기업·근로자·인재·투자자·정부·지역사회가 서로의 자원을 연결하여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제시했다. 기업이 성장해야 임금이 오르고, 인재가 이동해야 새 산업이 생기며, 리스크머니가 공급되어야 혁신이 일어난다는 논리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가지 주장이 실은 하나의 성장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제약사회 → 생산성 혁명 → 투자견인형 경제 → 공조성장사회'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다. AI, 로봇, 자동화로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고 생산성을 높인다. 그러면 기업은 성장투자를 확대한다. 여기에 인재, 연구개발, 자본, 해외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공조성장 생태계가 완성된다는 시나리오다.
세 단체의 공통점은 정부에만 기댈 수 없다는 점이다. 게이단렌은 기업이 먼저 성장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상공회의소는 중소기업이 스스로 경영모델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재정의되는 것이다. 모든 산업을 지원하지 말고 전략 분야를 선택하고, 민간투자를 끌어내며, 규제를 개혁하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정부주도 성장에서 기업이 움직이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자는 뜻이다.
결국 올해 일본 경제계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공급제약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혁신을 촉진하는 압력으로 바꿀 것인가. 일본 경제계의 답은 후자다. 인구감소와 노동력 부족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새로운 성장의 조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현금을 쌓는 기업에서 성장에 투자하는 기업으로, 폐쇄적인 경영모델에서 개방적인 생태계로 전환하는 것이 답이라는 뜻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런 변화가 일본만의 과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인구감소, 노동력 부족, 공급망 불안정은 한국과 많은 선진국들도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 경제계가 공급제약을 혁신의 기회로 정의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주목할 만한 메시지를 남긴다. 시대의 제약을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성장의 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깨달음 말이다.
출처 : 저스트이코노믹스
링크 : https://www.justeconomix.com/ko-kr/articles/152814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