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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철 칼럼] AI 예산, 얼마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임윤철 발행인 · 2026.09.11

[임윤철 칼럼] AI 예산, 얼마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 예산안이 39조5,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전년보다 11.2%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AI R&D에는 4조1,000억 원이 배정돼 약 69% 증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체 AI 관련 예산은 인프라와 서비스, 인재양성을 포함해 9조4,000억 원을 넘어섰다. 세계가 AI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편성 내용도 넓고 화려하다. 첨단 GPU를 확보하고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독자 모델과 피지컬 AI를 개발한다. 제조업과 지역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고 AI 대학과 대학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사업 기간을 3년 이내로 단축해 조기에 성과를 내고, ‘무늬만 AI’인 사업도 걸러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표를 바라보며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이 돈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GPU 몇 장, 데이터 몇 건, 연구과제 몇 개, 교육받은 인재 몇 명이라는 숫자 너머에 어떤 산업적 결과를 기대하는지 분명히 설명되고 있는가.

연구개발은 실패할 수 있다. 실패 가능성이 있는 도전에 정부가 투자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목표가 불분명한 투입은 도전이 아니라 배분에 가깝다. AI라는 이름이 붙은 곳마다 예산을 나누고 3년이나 5년을 기다리면 산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과 기업이 저절로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하다. 장비는 노후화되고 과제는 종료되며, 보고서와 시제품만 남을 수도 있다.

이제 예산의 성과를 논문과 특허만으로 측정해서는 안 된다.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기업의 비용과 개발 기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국산 기술이 실제 구매와 수출로 이어졌는지,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민간이 계속 투자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실패한 과제도 빨리 중단하고 유망한 곳에 다시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AI 시대에는 투자 속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속도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목적지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정부가 AI에 얼마를 쓰느냐만이 아니다. 그 돈으로 3년 뒤 어떤 산업과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결과가 없을 때 누가 무엇을 바꿀 것인지다. 예산 확대가 박수받으려면 먼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