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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칼럼] 왜 '붉은 샌드위치 위기(The Red Sandwich Crisis)'를 두려워해야 할까

유효상 · 2026.09.10

[유효상 칼럼] 왜 '붉은 샌드위치 위기(The Red Sandwich Crisis)'를 두려워해야 할까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한국 산업이 직시해야 할 미래의 신호다. 창신메모리가 상장 첫날 주가를 4.7배 폭등시키며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고, 양자기술 기업 궈이양자는 주가를 419% 상승시켰으며,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 유니트리는 불과 73일 만에 상장 승인을 받았다. 이것이 단순한 개별 기업의 성공이 아니라 중국 경제 전체가 움직이는 하나의 패턴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현상들 배후에는 '차이노베이션(Chinnovation)'이라 불리는 중국식 혁신 방정식이 있다. 돈·시장·제조·규제를 결합해 기술 개발부터 양산까지의 사이클을 극단적으로 단축하는 방식이다. 먼저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로 신산업 기업들에 자유로운 실험의 장을 제공한다. 알리페이·위챗페이 같은 디지털 플랫폼과 테무·쉬인 같은 이커머스가 뿌리내린 거대한 내수시장이 그 기업들에게 동시에 검증 무대이자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 여기에 국가 차원의 장기 R&D 투자와 선전 중심의 촘촘한 제조 생태계가 더해진다.

결과는 놀랍다. 창신메모리는 상반기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8배 이상 급증시켰고,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7%로 4위까지 올라섰다. 조선업에서도 중국은 2026년 7월 기준 LNG 운반선 수주 34척으로 한국의 32척을 처음 앞질렀다. 이는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친환경 기술,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역량을 갖춘 결과다. 문제는 중국이 '아래'에서만 압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이 직면한 샌드위치는 '일본에는 기술로, 중국에는 가격으로 밀리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동시에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범용 D램, 드론, 사족보행 로봇 같은 제품에서 막대한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공격적 가격 공세를 펼친다. 동시에 위에서는 첨단 낸드, 차세대 D램, 상업용 휴머노이드, 친환경 선박까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며 한국이 오랫동안 강점을 유지해온 고부가가치 시장을 위협한다. 중국의 진짜 경쟁력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이나 보조금의 규모에 있지 않다. 기술 격차 자체를 경쟁력으로 바꾸는 속도에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반도체·로봇·조선·전기차·양자 등 여러 핵심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경쟁 방정식을 여러 산업에 적용하며 종합적인 추격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한국이 모든 분야에서 이미 추월당했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 원천기술, 글로벌 신뢰, 품질 안정성 등에서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 문제는 격차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이 좁혀지는 속도다.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명확하다. 중국을 막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국이 따라오는 속도보다 새로운 기술과 시장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HBM4·CXL 같은 차세대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처럼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분야에서 다시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 내 기존 생산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는 엄격하게 선별하고, 신규 첨단 투자와 차세대 미세공정 R&D, 첨단 패키징 역량은 국내 핵심 거점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하고, 기업은 프렌드쇼어링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중국을 얼마나 막느냐가 아니다. 중국이 따라오기 전에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다음 산업, 다음 기술로 이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초격차는 기존 자리를 지키는 방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내는 선제적 도약이다. 그 골든타임은 그리 길지 않다.

출처 : 머니투데이

링크 : https://www.mt.co.kr/opinion/2026/09/08/2026090709445281668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