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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칼럼] 9·11 이후 25년…위기는 '기술혁신의 자기증폭 시대'를 열었다

곽재원 · 2026.09.15

[곽재원 칼럼] 9·11 이후 25년…위기는 '기술혁신의 자기증폭 시대'를 열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지 정확히 25년이 흘렀다. 4반세기다. 당시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하는 세대도 있지만, 이제 9·11 이후 태어난 세대가 사회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 25년이라는 시간은 한 사건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 그 이후 세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역사적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25년을 되돌아보며 가장 놀라운 것은 국제정치의 변화만큼이나 기술의 변화다. 2001년의 세계를 상상해보자. 인터넷은 있었지만 모바일 인터넷은 없었다. 스마트폰, 클라우드, SNS가 없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상상의 영역이었고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미래의 기술이었다. 지금 우리는 완전히 다른 기술문명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시기의 기술혁신이 독특한 이유는 하나의 기술이 다음 기술을 만들어내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발전은 컴퓨터 성능을 높였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은 인터넷을 확산시켰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수십억 명을 연결했다. 그 연결에서 엄청난 데이터가 축적되었다.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모여 GPU라는 계산 도구와 만나 AI 발전을 가속했다. 이제 AI는 반도체를 설계하고 신약을 탐색하며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고 로봇을 학습시킨다. 기술혁신의 자기증폭 회로가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인간이 기술을 개발했다. 지금은 인간이 기술을 이용해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한다. 앞으로는 인간과 AI가 함께 다음 세대 기술을 만들게 될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패턴이 있다. 이 25년은 역설적으로 '끊임없는 위기의 시대'였다. 9·11의 안보 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미·중 전략경쟁, 에너지 안보 위기가 이어졌다. 매번 기술은 문제 해결의 최전선으로 호출되었다. 테러 대응에는 감시·통신·위성 기술이 필요했고, 금융위기 이후에는 디지털 금융이 성장했다. 코로나19는 백신 기술뿐 아니라 클라우드, 원격근무, 전자상거래를 단기간에 확산시켰다. 미·중 경쟁은 반도체와 AI를 산업에서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위기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면 국가와 기업이 자본과 인력을 투입했고, 기술은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다시 새로운 산업을 낳고 경쟁을 촉발했다.

지난 25년을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2001~2008년은 '디지털 기반의 시대', 2008~2020년은 '연결과 데이터의 시대', 2020년 이후는 '지능의 시대'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기계는 인간의 언어를 대규모로 이해하고 생성하기 시작했다. 2025년에는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최첨단 AI 모델의 90% 이상이 기업에 의해 개발되었고, 조직의 AI 이용률은 88%에 이르렀다. AI 혁명이 연구실을 넘어 산업과 사회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5년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 혁신은 더 이상 혼자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혁신이 혁신을 부르고, 기술이 기술을 만들며, 위기가 다시 혁신을 촉발한다.

이제 한국도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떤 기술을 따라갈 것인가'만을 묻지 말고 '다음 25년 기술혁신의 자기증폭 회로에서 한국은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단 하나의 세계적 기술을 보유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에너지, 로봇, 바이오, 소재, 제조업, 인재, 자본이 서로 연결되어 다음 혁신을 만들어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2051년 9월 11일,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지난 25년을 '세기적 기술혁신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는 진정한 목적은 과거를 정리하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음 시대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데 있다.

출처 : 아주경제

링크 : https://www.ajunews.com/view/20260911073649287

본 내용은 저자의 허락으로 오이마켓 편집국이 축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