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기회
전기요금 14분기 연속 동결 임박, 경제 부작용 우려 커진다

전력당국이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반·가정용 전기요금이 14개 분기(3년 6개월) 연속으로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한편으로는 국민 가계를 보호하는 조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에너지 산업의 수익성 악화와 시장 왜곡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연료비조정단가는 분기별로 국제 원유, 천연가스, 유연탄 가격 변동에 따라 조정되는 제도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것과 달리, 최근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직접적 원인이 됐다. 전력당국은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 수준 동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요금 동결이 계속되면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전은 이미 누적 적자로 인한 자본잠식 우려에 직면해 있으며, 장기적인 요금 동결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 동결이 장기화되면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발전소 현대화, 전력망 확충, 신재생에너지 투자 같은 필수 설비 투자가 미루어질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력 공급 안정성을 해치고, 에너지 효율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정책 달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같은 구조적 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요금 동결로 인한 단기 가계 보호가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다. 중동 정정 불안, 미국의 이란 제재, 극단적 기후 현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 등 언제든 에너지 가격이 급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할 경우, 그동안 억눌려 있던 요금 인상 압력이 한 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기요금은 급속도로 인상되었고, 이는 국민들의 생활 부담으로 직결되었다. 현재의 요금 동결 정책은 이러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로 볼 수 있지만, 장기적 안정성을 위해서는 더욱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요금 동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부담이 가중되는 현 시점에서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 결정이다. 하지만 이는 공급자 측의 손실을 의미하며, 결국 국가 재정이 이를 보전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부담 억제, 에너지 기업 수익성 보장, 에너지 전환 투자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어느 정도의 합리적 요금 조정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취약계층 보호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