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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속 화장품, 이제는 몸에 건다"… 패션 액세서리로 변신한 K뷰티

박윤석 VP · 2026.11.04

"가방 속 화장품, 이제는 몸에 건다"… 패션 액세서리로 변신한 K뷰티

화장품이 파우치에서 나와 패션의 영역으로 옮겨 가고 있다. 파우더 팩트를 벨트 버클처럼 허리에 차거나 틴트를 목걸이처럼 거는 식이다. 제품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뷰티업계가 패키지 디자인을 새로운 승부처로 삼은 결과다.

명품 브랜드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디올은 지난달 '2026 홀리데이 컬렉션'에서 휴대폰 뒷면에 붙이는 장식형 립밤 '디올 메달리옹'을 내놨다. 평소에는 장식으로 쓰다가 필요할 때 케이스를 열어 바르는 방식이다. 지방시도 지난달 파리패션위크의 2027 봄·여름 런웨이에서 금색 원형 팩트를 버클 자리에 단 벨트를 선보였다. 케이스 안에 거울과 퍼프가 있어 벨트를 찬 채로 화장을 고칠 수 있다.

국내 기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패션 브랜드 마뗑킴과 함께 만든 한정판 '주스팝 박스 립틴트 모노튠'은 금속 체인을 달아 목걸이나 허리 장식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이 제품은 9월 홍콩 세포라 온라인몰에서 하루 만에 완판됐고, 일본 큐텐에서는 랭킹 1위에 올랐으며, 국내 출시 직후에는 올리브영 '올영픽'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 흐름은 가방에 거는 '키링 화장품'에서 시작됐다. 가방에 인형이나 키링을 다는 '가꾸(가방 꾸미기)' 문화가 퍼지면서, 화장품도 취향에 맞게 꾸미는 '화꾸'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분석에서는 '립밤 키링' 검색량이 1년 전보다 37.5배 늘었다.

산업 구조의 변화도 배경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는 2019년 1만5707개에서 2024년 2만7932개로 5년 새 약 78% 늘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같은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덕분에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출 수 있게 되면서, 내용물만으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어려워졌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이제는 내용물보다 용기 디자인과 소장 가치를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을 만큼 패키지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제 화장품은 바르는 제품이면서 몸에 걸치는 패션 아이템이 되고 있다. 뷰티와 패션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브랜드 간 협업과 한정판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