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100년기업' 제3화> 세기의 부를 열고, 자기 곳간은 지키지 못한 사나이 - 에드윈 드레이크

185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마을 타이터스빌. 에드윈 드레이크라는 사람이 땅속에서 스며 나오는 검은 기름을 캐내겠다며 우물을 파고 있었다. 그는 철도 차장 출신으로 석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투자자들에게 자신을 "드레이크 대령"이라 소개하며 시추 자금을 끌어모았다. 사람들은 이 사업을 "드레이크의 미친 짓"이라 비웃었다.
그런데 어느 날, 땅속 69.5피트(약 21미터) 지점에서 석유가 솟아올랐다. 세계 최초의 상업 유정이 터진 순간이자, 20세기 전체를 규정하게 될 산업이 열린 순간이었다. 드레이크는 관정을 보호하는 케이싱 파이프를 땅속에 박아 넣는 굴착법을 고안해냈는데, 이 방법은 이후 전 세계 유정 굴착의 표준이 됐다.
이 발견 위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부(富)들이 만들어졌다. 미국 정유 시장의 열에 아홉을 쥐게 되는 한 거대 기업의 이야기도 이 우물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정작 우물을 판 드레이크 자신의 말년은 어땠을까. 그는 자신이 개발한 굴착 방법에 특허를 내지 않았다. 주변에서 여러 차례 권했지만 끝내 하지 않았다. 어렵게 번 돈은 다시 석유 투기에 넣었다가 1863년 전부 잃었고, 건강까지 나빠졌다. 궁핍한 처지가 알려지자 펜실베이니아주가 1873년부터 그에게 연금(연 1,500달러)을 지급했고, 그는 아내와 함께 그 돈으로 여생을 보냈다. 세기의 곳간을 인류에게 열어준 사람이, 자기 곳간 하나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드레이크의 이야기는 사업하는 사람이 흔히 잊는 구분 하나를 보여준다. 버는 능력과 지키는 능력은 다른 능력이라는 것. 기회를 발견하는 눈과 우물을 파는 집념이 사업을 일으켜 세우지만, 그 사업을 오래 살게 하는 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능력이다.
세기의 부를 열어젖힌 사람이, 정작 그 부를 지키지는 못했다. 버는 재능과 지키는 재능이 이렇게 다른 재능이라면 — 후자는 대체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 걸까?
출처: Daniel Yergin, 『The Prize: The Epic Quest for Oil, Money and Power』(1991), Drake Well Museum 공식 사료(https://www.drakewell.org/about-us/site-history), Wikipedia "Edwin Drake"(https://en.wikipedia.org/wiki/Edwin_Dr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