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33화> 주가를 물어 나른 비둘기 — 통신사의 탄생

우리는 로이터, 블룸버그 같은 통신사가 실어 나르는 뉴스로 세상을 읽습니다. 이 거대한 뉴스 기업의 시작이 비둘기 몇 마리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1850년, 독일과 벨기에 사이의 국경 마을로 가 보겠습니다.
당시 유럽에는 전신선이 깔리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일 아헨과 벨기에 브뤼셀 사이 100여 킬로미터 구간만은 아직 선이 이어지지 않아, 이 구멍 때문에 파리와 베를린의 주식 시세가 오가는 데 하루가 꼬박 걸렸습니다. 파울 율리우스 로이터라는 사내가 이 틈을 파고듭니다. 그는 비둘기 사십여 마리를 사들여, 브뤼셀에서 받은 최신 주가를 얇은 종이에 적어 비둘기 다리에 매답니다. 비둘기는 기차보다 여섯 시간이나 빠르게 아헨으로 날아갔고, 로이터는 그 시세를 받아 상인들에게 팔았습니다. 남들이 하루 뒤에 알 시세를, 그의 고객은 몇 시간 먼저 알았던 것입니다. 그는 매가 노리는 하늘길에 대비해 비둘기를 여러 무리로 나눠 띄우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하늘을 나는 비둘기가 곧 그의 정보 고속도로였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로이터 통신의 창립 역사에 남은 실제 이야기를 근거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업에는 처음부터 시한부의 운명이 있었습니다. 전신선이 그 빈 구간까지 이어지는 순간, 비둘기는 곧바로 쓸모를 잃을 테니까요. 실제로 몇 년 뒤 선이 연결되자 비둘기 사업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로이터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판 것이 비둘기가 아니라 '남보다 빠른 정보' 그 자체였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런던으로 건너가 전신을 이용한 통신사를 세웠고, 주가에서 시작한 사업을 뉴스 전체로 넓혔습니다. 1865년 링컨 대통령 암살 소식을 유럽에 가장 먼저 전한 것도 그의 통신사였습니다. 도구는 비둘기에서 전신으로 바뀌었지만, 정보를 남보다 빨리 모아 파는 사업의 본질은 그대로였던 것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정보를 우연히 얻어듣던 장면은, 정보를 전문적으로 모아 파는 회사가 등장하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로이터의 통찰은 도구와 사업을 구별한 데 있었습니다. 비둘기는 도구일 뿐이고, 사업은 속도였습니다. 그래서 도구가 낡아도 사업은 살아남았습니다. 이 시리즈가 여러 번 보여준 교훈입니다. 21화의 시어스는 도구에 갇혀 무너졌고, 로이터는 사업의 본질을 붙잡아 살아남았습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AI라는 새 도구에 흥분하기 전에, 그 도구로 무슨 본질을 팔 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서른세 번째 힌트는 이것, 네가 파는 것이 도구인지 본질인지 구별하라, 도구는 늙지만 본질은 늙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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