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제7화> 아직 심지도 않은 옥수수를 팝니다 — 시간이 상품이 된 날

우리는 출시되지도 않은 스마트폰을 예약 구매하고, 항공권 값이 오를까 봐 몇 달 전에 미리 끊어 둡니다. 미래의 가격을 오늘 확정하는 이 익숙한 습관은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175년 전 미국 시카고로 가 보겠습니다.
1851년 3월 13일, 시카고 강가의 곡물 창고 사무실. 옥수수 상인 둘이 계약서 한 장을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내용이 괴상합니다. 6월에 도착할 옥수수 3,000부셸을, 오늘 시세보다 1센트 싼 값으로 지금 사고판다는 것입니다. "아직 밭에 있지도 않은 옥수수요." 파는 쪽이 멋쩍게 웃자 사는 쪽이 답합니다. "그러니까 사는 거요. 당신은 6월의 불안을 오늘 값에 파는 거고, 나는 6월의 기회를 1센트 할인에 사는 거요." 사무실 구석에서는 전신기가 쉴 새 없이 딸깍거리며 뉴욕의 곡물 시세를 토해냅니다. 어제까지 마차로 몇 주 걸리던 소식이, 이제 몇 분 만에 도착합니다. 두 상인은 방금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사고팔았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남아 있는 최초의 선도계약 기록을 근거로 상상해 본 것입니다. 1848년, 밀가루 가게 2층에서 상인 82명이 시카고상품거래소를 세웠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전신선이 시카고에 처음 닿았습니다. 1844년 모스가 워싱턴에서 볼티모어로 첫 공개 전신을 보낸 지 4년 만입니다. 그리고 1851년 3월 13일 자로 기록된 것이 방금 그 옥수수 3,000부셸 계약, 문서로 남은 미국 최초의 선도거래입니다. 거래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곡물을 등급으로 표준화해 누구 밭의 옥수수든 같은 등급이면 같은 상품으로 만들었고, 1865년에는 수량과 인도일까지 규격화한 선물계약을 내놓았습니다. 이제 농부는 봄에 가을 값을 확정해 흉년의 공포를 팔 수 있었고, 시카고의 가격은 전신을 타고 매일 아침 대륙 전체의 기준가가 되었습니다. 수확철마다 중개상이 부르는 값에 울던 농부가, 처음으로 가격표를 손에 쥐고 협상하게 된 것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이자 1부의 마무리입니다. 기술은 세상의 장면과 장면을 바꿉니다. 전신과 선물계약이 만나자, 수확한 곡물을 싣고 가서 부르는 값에 넘기던 장면은 심지도 않은 곡물의 값을 미리 확정하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정보의 속도는 협상력이 되었고, 위험을 떼어 파는 편리함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돌아보면 1부의 일곱 장면이 하나의 문장이 됩니다. 점토판은 기록을, 지폐는 신뢰를, 도로는 연결을, 항로는 정보를, 평판은 신용을, 침묵의 규칙은 프로토콜을, 그리고 선물시장은 시간마저 거래의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거래는 멈춘 적이 없고, 다만 팔 수 있는 것이 계속 늘어났을 뿐입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에는 AI의 예측력이 그다음 상품이 될 것입니다.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일곱 번째 힌트는 이것, 남들이 물건을 팔 때 시간과 위험을 사고파는 시장이 더 크게 자란다는 것입니다. 다음 화부터는 2부, 돈의 진화가 시작됩니다. 철이네 오이마켓이 다음 장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사진: Library of Congress (퍼블릭 도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