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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바꾼 역사와 문화

<프롤로그> 화살을 7만 발 쏘는데 과녁은 어디에 있지?

임윤철 · 2026.07.03

<프롤로그> 화살을 7만 발 쏘는데 과녁은 어디에 있지?

먼저 묻습니다. 기술이 있으면 먹고살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시장은 좋은 기술이라고 사지 않습니다. 시장이 사는 것은 기술로 만들어진, 거래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입니다. 기술을 팔고 싶은 사람은 기술 자체를 팔려고 애쓰기보다, 그 기술이 들어간 거래 잘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기술이 그 자체로 팔린다면 이미 기술의 가치가 확인된 상황일겁니다. 시장이 어떤 기술에 관심이 없어도 문제이고, 시장이 관심을 가지면 기술 생산자는 기술의 가치를 더 높이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현장은 이렇습니다. 중견기업들은 '돈이 되는 기술' 또는 '돈이 되는 사업'을 찾아다니고, 엔젤투자자부터 벤처캐피털까지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할 '기업'을 찾습니다. 멋진 비전과 실행력이 있는 '기업'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기술을 공급하는 주체에게 연구개발예산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공급만 하면 시장에서 수요가 저절로 생겨날까요? 기술을 생산하는 이들이 그 기술을 잘 팔까요? 지난 10년간의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이미 답은 받았습니다. 지금의 정부R&D시스템을 가지고는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현장에 있는 많은 이들이 지금의 정부R&D시스템으로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시스템을 수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홍성주 박사는 중앙일보 컬럼에서 이 상황을 과녁과 화살에 비유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7만 개가 넘는 연구과제, 곧 7만 발의 화살을 쏘아 올리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화살의 숫자가 아니라 과녁이 얼마나 선명한가?라는 지적입니다. "화살은 많았지만, 방향은 분명하지 않았다"는 그의 문장은, GDP 대비 세계 최상위의 연구개발 투자에도 기술무역수지는 만성 적자인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짚습니다. 연구실과 시장 사이에는 깊고 어두운 죽음의 계곡이 놓여 있는데, 화살을 쏘는 쪽만 붐비고 이 계곡을 건네주는 다리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민간영역이라고 하지만 시장실패에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요?

기술이 시장으로 진입하려면 여러 기능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수요자를 찾아 연결하는 중개, 시제품을 팔리는 제품으로 키우는 스케일업, 위험을 함께 지는 투자, 그리고 이 모두를 잇는 신뢰의 장치. 화살만 늘리고 힘든 계곡을 지나기 위한 다른 전문적인 기능들이 없으면 과녁까지 화살이 날아갈 수 없습니다. 이런 기능을 지원하고 활성화시키는 시스템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35조5천억 원이 투입되는 2026년도의 정부 R&D 예산은 과녁 없는 활쏘기를 할 뿐입니다.

2022년말에 소개된 AI 기술을 보면서 지난 4,000년의 역사에서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장면과 장면을 찾아보았습니다. 역사에서 기술은 그 자체로 팔리기 보다 인간에게 편익을 주는 무언가로 바뀌어 왔습니다. 사람들의 편리함과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 무언가로 바뀝니다. 기술이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역사에서 찾아 보고자 합니다. 5차산업혁명 시대의 질문, "너는 뭐 먹고 살거니?"의 답을 역사 속에서 찾아 보고자 합니다. 이제 그 60개의 장면을 시작합니다.

사진: U.S. Air Force photo (퍼블릭 도메인)